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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Apr 15. 2024

퇴사 후 창업 직전 체크포인트 3가지

용기가 안나거나, 퇴사가 맞나 싶다면

내가 운영중인 무설탕잼 브랜드, 아치미당에 대한 창업기로 모임을 리드해달라는 한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제안을 받게 되었고 바로 어제, 일요일 오전 11시 이름 모를 10여명의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예상대로 창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계신가하면, 이미 나보다도 사업을 오래동안 잘 하고 계시는 분들도 계셨다. 짧은 내 이야기를 시작으로 서너시간의 긴 대화들이 오갔는데 그 다양한 이야기들 중 ‘창업에 뛰어들기 직전, 체크할만한 포인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보고자 한다.


@영화 '타짜' 중


본업과 함께 다양한 사이드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퇴사를 곧 앞두신 분, 이제 막 사이드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계시는 분, 이미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분까지 창업 문턱 또는 그 초입에 있는 분들이 제일 많이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가 ‘퇴사하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다. 정답은 없겠지만, 비슷한 고민들을 가졌던 기창업가들의 기준점들은 다음과 같았다.






1. 실패의 하한선 정해보기


보통 사이드프로젝트든, 창업이든간에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성공에 대한 기대와 방법들은 자세하게 상상하고 계획하는데 실패했을 때에 대한 고민은 막연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저렇게 비즈니스하면 이정도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실패하면 어쩌지?’정도의 고민. 이 첫번째 포인트는 ‘실패에 대한 기준과 대안’을 먼저 세우는 것이다.


내 경우, 그 기준이 굉장히 낮은 편이었는데 우선 창업을 고민하던 당시 아쉬운대로 ‘월200’만 벌어도 삶은 굴러갈 것이라는 판단이 내 기준이었고, 모든 일에 실패해도 꽤 오래 아르바이트로 경험했던 소위 ‘막노동’만해도 삶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해당 업에 종사하면서 대략적인 소득, 시간 투입 등을 계산했을 때 그게 정말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실패에 도전해볼만했다.


그래도 괜찮으면 고

반대로 현재 회사생활을 하면서 월500을 벌고 있고, 퇴사 직후 이정도의 수입이 없이는 삶이 불만족스러울 것 같지만 아직 월500을 벌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다면 가능한 회사에 잔류하면서 비즈니스를 테스트하는게 보다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내 경우에는 그저 막연하게 실제로 잘 살아졌던 최소 월급여를 기준으로 가볍게 판단했고 또 각자의 방법이 있겠지만 아래 간단한 방법을 제시해보자면 이렇다.


(1) 현재의 월별 지출 규모 체크

(2) 굳이 없어도 지장없는 항목 분리 후 지출 계산

(3) 계산된 월 지출비용을 기준으로 현재 자금상 버틸 수 있는 기간 계산

* 단 여기선 모아놓은 돈을 다 쓰는 것이 아닌, 본인이 투자해보고 싶은 비용 선으로

* 만약 포기할 수 없는 지출규모가 생각보다 있는 경우, 아르바이트 등 가벼운 수입원 고민해보기


그러니까, 본인이 100% 확실하게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삶에 만족할 수 있다면 실제로 실패했을 때의 타격도 적기 때문에 예상 수준의 실패를 촘촘하게 짜놓는 것도 성공을 그리는것만큼 꽤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누군가는 이를 ‘지지선’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무조건 창업에 성공할거야!’라는 큰 포부도 좋지만(이정도 포부는 있어야 큰 성공을 하지 않을까) 모두가 배민이고 애플일 필요는 없으니까.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대한 객관화가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2. 이직이라 생각해보기


두번째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이 생각해보면 좋은 마음가짐이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는 대사처럼 많은 분들이 창업에 있어서 실패하면 망하는 것이고, 성공하면 대단한 부와 명예를 누리는 양극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들면 배민처럼 큰 성공을 이루거나, 소위 힙하고 유명한 브랜드 정도는 되고 싶은 마음에 완벽한(이라는 착각의) 준비를 만드는데 급급하고 실패하면 그간의 커리어가 무너지고 큰 빚에 시달릴 것만 같은 상상.



실상은 아무도 모르는 사업가에, 그리 대단해보이지 않는 아이템을 가지고도 이미 많은 돈을 벌고 있는 팀들이 정말 많고 또 요즘 시대에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창업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상상 속의 그러한 일들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혹시라도 퇴사 후 창업에 뛰어들었으나 하고보니 성향에 안맞을 수도 있을텐데, 그럼 다시 취업하면 그만이다. 창업하는 기간동안 창업이라는 커리어 포폴을 하나 만든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고 실제로 나 또한 언제든 망하면 지금의 이력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자신감이 있다.


모임에서는 실제로 6개월간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다시 직장에 복귀한 사례의 이야기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시장에서 개인의 6~12개월 공백은 큰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걸 느끼셨다고. 본인이 창업과 맞을지 안맞을지는 모르지만, 평생 못해보고 후회를 남길 바에는 1년이라도 도전해보고 깔끔하게 후회를 털어내는게 좋지 않을까.


추가로 이직 말고, 조금 비싼 취미라고 생각하고 해보는 것도 가볍게 시작해보는 꿀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공간대여업을 시작할 때 본업이 따로 있는 공동대표님과 고정지출 비용을 계산하고 하던 얘기가 그 예시인데

"우리 그냥 비싼 취미라고 생각해요."라며 욕심과 부담을 줄이려 노력했다.



3. 창업≠파이어족


사실 직장인이라면 현재 업에 만족을 하고 있건 아니건 ‘퇴사’라는 선택지를 여러가지 이유로 품고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사유들 중 요즘은 너도나도 브랜드를 만드는 창업시대가 되면서 퇴사=창업 공식이 대중화가 된 듯한 느낌인데 ‘야 너두 월천벌 수 있어’ 따위의 무책임한 성공팔이 이야기에 혹해서 퇴사를 결정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물론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스스로가 창업을 이유로 퇴사하고 싶은 이유가 사업을 통한 ‘부’를 이룩하고 싶은건지, 창업가 또는 대표라는 타이틀 자체에 관심이 가는 것인지, 정말 어떤 아이템을 통해 사회적/개인적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것인지 등 솔직한 개인의 동기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물론 실제 창업가들 중에는 이런 큰 고민없이 꽉찬 실행력으로 행동에 옮기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는 이런 글도 찾아볼 일이 크게 없으니 제외하겠다.(내 경우가 그렇다)


굳이굳이 내 경우의 창업 계기 중 첫번째를 솔직하게 고민해보자면 위 이유들 중, 두번째 ‘창업가 또는 대표’라는 타이틀 자체에 욕심이 가는 케이스였다. 스스로가 명예욕과 주인공욕심이 꽤 큰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에이전시로 많은 대표님들을 만나고 또 인터뷰하면서 ‘내가 인터뷰의 주인공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었다. 나도 내 사업을 해보이고 싶고,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이 경우는 성공하건 망하건 해봐야 해소되는 욕구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가 단순히 목표라면, 창업말고도 수많은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이 세번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창업이 안맞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껴왔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가 창업을 꿈꿔왔고, 해왔고, 또 만족하고 있기에 적극 권장해왔는데 실제로 이 창업이 잘 맞지 않음을 느끼는 사람들을 봐오면서 (서포트를 하는 것에 더 적성과 흥미가 맞는 사람) 확신이 있어 퇴사하는게 아니라면 가능한한 안전하게 본인의 성향테스트를 해보는 걸 추천한다.


성향테스트는 쉽다. 회사 일하면서 사이드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해보는 것. ‘회사일하면서 그렇게 어떻게 해요’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빠른 퇴사에 반대하고 싶다. 창업이 직장생활보다 고되고 바쁜 케이스가 많다. ‘내가 대표니까 더 자유롭겠지?’는 착각이고 이젠 내 행동이 그대로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24시간 일이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며 행여 채용이라도 했다면 마치 부양가족이 늘어난 것만 같은 막중한 책임감까지 경험할 수 있기에 본업과 동시에 가벼운 사이드프로젝트마저도 어렵다 느낀다면 퇴사를 적극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본인이 정말 사이드프로젝트를 할 여유가 없는, 소위 스스로 ‘자발적 노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위 케이스와는 반대로 퇴사를 고려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내 경우에도 회사일을 내 사업처럼 최선을 다했고 그렇기에 퇴사를 결심할 때쯤 사업이 지금의 직장생활보다 더 고되진 않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 또한 있었고. 스스로가 이런 경우라면,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여기까지 내가 평소 생각했던, 또 오늘의 모임에서 이야기가 오갔던 퇴사 후 창업, 결정 전 고민해볼만한 세가지 포인트에 대해 다뤄봤다. 물론 나는 여전히, 내가 창업으로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고민하라고 부추기기보다는 적극 권장하고 독려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러나 너도나도 ‘야 너두’를 과하게 외치는 시대에 한번쯤 반대로 깊은 고민과 함께 생각을 정리해볼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 창업 중인 사람으로서는 여전히 내 기준에서 한번쯤은 해볼만한 일이다.


고민하고 있다면, 충분히 고민해보고 실행하자. 어차피 남이 결정해주는 것도, 선택에 책임져주는 것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창업을 선택했다면? 온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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