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석 달 보내고서야 가져보는 새해계획
가끔 아니 그보다는 자주, 눈을 가늘게 뜨고 시간을 의심한다.
진심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란 다른 이들에게 주어진 것과 똑같은 것일까.
무릇 시간이란 제 나이에 맞는 속도로 흘러간다는 류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늘 항상 고개를 주억거리곤 했다.
그런데 어째 갈수록 내 나이는 둘째치고 거기에 플러스 내 아이의 나이까지 더해져서 가속이 되는 것만 같다.
미국에서 생활한 지 3년이 지났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카운트다운을 하고 나면 비로소 새해인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가 않아 진 느낌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지난가을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이 위주로 살다 보니 체감으론 한 해의 시작점이 사뭇 달라졌다.
가을에 새 학년을 시작한 아이는 연말 짧은 겨울방학을 지내고 나면 한 학년의 딱 절반인 기점인지라 세상 바쁜 학교생활이 이어진다. 미국은 각 지역이나 학교 마다도 시스템이 달라서 단정하기엔 그렇지만 딱 연초를 즈음해서 다음 연도의 과목(과 레벨) 선정이 이루어지기도 하기에 무엇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시기인 것이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너무했다.
그 흔한 새해계획 하나 없이 그저 오늘 하루 그리고 또 하루를 보냈을 뿐인데 3월의 끝자락이라니.
내 생애 새해계획이랍시고 1년 내 알차게 잘 지켰던 적이 있었던가 가물하다지만, 작심삼일이라도 "계획"이라는 것이 있어야 지키든 말든 할 것이 아닌가 이 말이다.
사실 이 정도의 나이가 되면 막상 새해계획이라는 것이 그닥 새로운 것은 아니다.
몇 개 되지도 않는 토픽들이 몇 해 동안이나 변함없이 다이어리에 적혀내려왔었다.
그 말은 즉, 몇 해 동안이나 나는 그 계획들을 달성하지 -혹은 실행조차-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나는 올 새해 입밖은커녕 마음속으로도 헤아리지를 못했던 걸까.
바빠진 아이를 챙긴다는 핑계로 정신없이 보내는 와중에 생각은 많아져서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정리를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그 수많은 생각들이 허공에 사라졌다.
어쩌면 그 생각들 사이사이로 '새해계획'의 조각조각이 존재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 순간 떠올랐다가 사라진, 별거 없지만 소중한 내 생각의 편린들.
허공 속에 사라진 생각들만큼 내 삶이 사라진 기분이다.
그 속에 이미 크고 작은 내 삶의 "계획"들도 숨어있었을 테다.
혹시 누가 알까. 올 남은 한 해 그 소소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옮기고 기록하는 것만으로 지난 몇 해동안 세우고 지키지는 못했던 '새해계획'들보다 더 귀하고 값진 작업으로 남을지.
더 늦기 전에, 올해는 글을 써봐야겠다.
언제부턴가 간간이 생각은 하고 있었던 바람 중에 하나였다.
이번에는 생각이 미치자마자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말로만 듣던 브런치스토리에 신청을 했고, 오랜 기간 근근이 유지해 오던 블로그 덕분인지 바로 승인을 받았다.
승인메일만으로 이미 올해 대단한 계획을 달성한 것 같은 마음이다.
부디 이 작은 신호탄이 작은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뒤늦은 새해계획이 쏘아 올린 내 브런치스토리의 첫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