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을너머 Apr 22. 2022

2022.4월 야옹 생일에 떠난 그리스 여행기 1

시작, 항공일정 변경, COVID-19 검사

- 시작하기 전에 -

브런치에서의 글쓰기는 최근 다녀온 그리스 여행기로 시작합니다.

여행을 다녀올 때까지는 발행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초점이 안 맞는 사진도 많고 정보도 부족하겠지만,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고 우리 가족의 기록을 남기는 것에 의미를 두고 짧은 경험을 정리합니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혹시 그리스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작은 정보라도 드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 2022년 5월 기준 그리스 입국제한이 모두 풀렸습니다. 아래 정보는 2022년 4월 기준 기록이며, 현재는 입국을 위한 검사나 백신 접종이 필요 없습니다.



그리스로 여행지를 정한 것은 그저 의식의 흐름에 따른 것이었다.

2021년 10월, 영국 살이 초반인데도 급속도로 추워지는 영국을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피해야겠다는 생각, 가족과 함께 하는 유럽여행은 유럽 문명의 발상지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는 로망, 야옹님(딸)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니 그리스 유적지는 그럭저럭 다녀줄 것이라는 기대, 남편이 한번 다녀왔으니 내가 공부 덜 해도 되겠지 하는 얄팍한 셈. 그리스 여행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이런 막연한 생각들이 아메바처럼 머릿속을 채운 결과, 영국 발 유럽행 치고는 꽤나 비싼 항공권을 질러버렸다. 알고 보니 12월엔 영국보다 따뜻할 뿐 꽤나 서늘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었지만, 대기를 차가운 바닷물로 대신 채운 것 같고 3시 반이면 해가 지는 영국을 벗어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다 가족 사정이 생겨 4월로 일정을 바꾸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낮 기온 20도 전후의 아름다운 날씨에 그리스를 다녀오게 된 셈이었다. 다만 유럽에 처음 온 초보라 항공권을 항공사가 아니라 몇 푼 더 싸다고 lastminute.com에서 예약을 했는데 절대 하면 안 되는 실수였다. 예약 변경 요청 후 답은 속이 터질 정도로 느리고, 한참 뒤에 업체에서 보내준 메일에 있는 링크로는 처리가 안 되고, 전화 연락도 제대로 안 되어서 수차례 메일을 보내다가 당초 출발 일정 전날 극적으로 업체에서 전화가 와서 일정 변경을 할 수 있었다.  4월로 바꾼 후에도 알고 보니 돌아오는 항공편 시간이 변경되어 있었는데 이걸 알려주지 않아서 체크인하다가 뒤늦게 알게 되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다. 유럽 저가항공 예약은 항공사에서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을 비싼 레슨비를 주고 알았다.


여행 일정이 미뤄졌음에도 뭐든 닥치기 전까지는 하지 않는 인팁답게 계획을 세우지 않고(남편에게 각종 예약을 다 미뤄두고) 빈둥대다가, 3월 말~4월 초 대학원 에세이의 폭풍에 이제는 내 소굴이 되어버린 공부방에서 틀어박혀 에세이 노동을 하다 보니 출국이 내일모레였다. 코로나 시기에 제일 중요한 것은 입국 규정. 우리 가족은 다 다른 상태에 있었는데,

1. 영국에서 부스터 샷을 맞고 작년 프랑스에서 발급받은 보건 패스를 업데이트해둔 나 (그리스 여행 무사 패스)

2. 한국에서 10월 말 2차 접종을 마치고 부스터 샷은 4월 말에 맞기로 한 남편 (입국 및 일부 관광지 입장에 코로나 검사 필요)

3. 만 8세라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야옹님 (코로나 검사 필요)

그래도 에세이 쓰다가 제정신일 때 남편과 야옹님 입국용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주문을 해둔 상태였다. 마지막 점검을 하다 갑자기 '아테네-크레타 페리는?'하는 생각에 규정을 찾아보니 띵~~ 페리에서도 백신접종증명서나 코로나 음성결과지가 필요했다. 1분간 멘붕을 겪고 차분히 읽어보니 아이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자가검사가 가능하고  self-test declaration form을 제출하면 된다는 항목이 있었다(https://www.ferryscanner.com/en/faqs/covid-19-information). 그런데 이거 참... 동일한 회사 홈피인데도 남편이 발견한 다른 페이지에는 공식 웹사이트에 입력 및 보고하라는 말만 있고 이 form을 낼 수 있다는 얘기가 없었다. 해서 페리회사에 메일을 보내보니 "페리 타려면 유럽 보건 패스가 필요한데 어느 약국에서나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고 약국에서 서류 처리는 다 해줘"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동네에서 메일은 거의 공문에 준하는 수준이라 아주 FM으로 답을 해준 게 아닌가 싶다. 더 찾아보니 각종 관광지나 식당에서도 서류를 요구한다고 하고, 그리스 약국 검사비용이 어떨지를 모르니 집에 있던 NHS 자가검사키트와 self-test declaration form 프린트한 것을 바리바리 챙겨서 출발했다.


* Self-test declaration form은 아래 파일을 이용하면 된다.


일단 공항에서는 코로나 방역 관련 서류 일체를 요구하지 않았다. 아... fit-to-fly 1인당 19파운드나 줬는데. 보통 비행기 타기 전에 서류 검사를 하는데, 영국 출발 시 easyjet은 무인수속이었고 그런 절차가 없었다. 그리스 도착하면 하려나 긴장하고 있었는데(기내에서 COVID 서류 챙기라고 안내도 나왔음) 허무하게도 전혀 체크가 없었다. 하지만 랜덤 단속을 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이런 건 쓰는 게 맞는 비용인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 후 비싼 돈 낸 페리를 못 타는 것이 가장 큰 변수였기에 우리는 숙소 근처에서 약국부터 찾아놨는데 다행히 1인당 8유로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항원검사와 공식 사이트 결과 입력, 한시적으로 유효한 QR까지 발급이 가능했다. 그러나 야옹님과 남편(혹시 한국 백신접종증명서 안 통할까 또 검사함)의 코 쑤시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페리에서도 서류를 전~혀 검사하지 않았다. 나중에 운전문화 부분에서 말하겠지만 그리스 곳곳에서 느꼈는데 단속이 무지하게 헐렁한 것 같다. 이게 유럽 특유의 신뢰 문화가 일부 반영된 것인지(하지만 적어도 운전에 대해서는 이건 아닌 듯) 지키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행정력이 딸려서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약간 간이 커진 나는 이후 크레타-아테네 돌아가는 페리를 탈 때는 남편은 한국증명서 내리라 마음먹고 아이만 자가검사를 하고 양식을 작성해서 탔는데 역시나 서류를 요구하지 않았다.


약국에 검사실이 없어서 바깥에서 검사를 하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오히려 항공이나 선박에서 요구하지 않는 코로나 서류를 실내 관광지에서는 대체로 빠지지 않고 요구한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이라클리오 고고학 박물관, 사설 관광지 모두 서류를 요구했는데 한국 접종증명서는 대체로 통하지만 한 군데는 큐알 없냐고 해서 약국 검사 후 받은 걸 유용하게 써먹었다 (찍어보는 건 아니고 큐알이 있는 것만 눈으로 확인해서 날짜 지나도 그냥 넘어감). 아이의 경우 약국 검사 결과 기간이 지난 후에는 self-test declaration form을 작성해서 보여주면 perfect~ 라며 무사통과였다. 근데 이 form은 인쇄해서 부모 이름, 아이 이름, 검사 날짜, 검사 종류와 결과를 그냥 적으면 되는 거라서... (결론은 상상에 맡기겠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규정은 2022년 4월 기준 다른 나라보다 매우 빡세지만 적용은 너무나 느슨한데, 이럴 거면 차라리 푸는 게 낫지 않나 싶지만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최소한 접종과 검사를 하도록 하는 기제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To be continue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