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블로그 가게의 불을 밝힙니다.
지이~잉
시계를 안 봐도 안다. 새벽 다섯 시 반 무렵일 것이다. 여지없이 저절로 눈이 떠진다.
3년차 새벽기상이 몸에 익었기도 하지만 정작 나를 깨우는 모닝 콜 서비스는 따로 있다.
바로 윗집이다.
몇 주전부터 평일 새벽 다섯시가 넘으면 여지없이 윗집의 알람 진동이 들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늦장부리지 않고 잠에서 깬다. 핸드폰 알람을 맞추지 못해도 걱정이 없다. 윗집과 새벽기상을 함께 하고 있다니. 이만한 새벽 메이트가 또 어디 있을까. 집이 부실하게 지어져서 알람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감사하게 된다.
'덕분에 아침마다 잘 일어나고 있답니다.'
새벽 루틴 중 가장 중요한 일과는 ‘블로그 로그인’이다.
이제는 눈 감고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다. 익숙하게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빠르게 아이디를 타이핑한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나도 모르게 숨을 한번 고른다.
한 자 한 자 천천히 꾹꾹 키보드 버튼을 누른다. 비밀번호에는 나의 소망이 담겨 있다. 이루고 싶은 꿈의 이니셜과 목표 날짜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비밀번호를 누를 때마다 염불 외우듯 중얼거리게 된다.
하루에도 수 없이 접속하고 있는 블로그인만큼 로그인할 때마다 꿈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블로그 알림 00개
새벽은 내 블로그 '가게'의 불을 밝힐 시간이다. 작은 종모양의 알림 버튼에 빨간색으로 숫자가 써 있다.
밤 사이 블로그 가게에 손님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고마운 이웃들의 흔적을 읽어보고,
혹여 스팸 댓글을 있으면 깨끗하게 치우기도 해야 한다. 내가 남긴 글의 답장은 왔는지도 설레며 살펴본다.
나 역시도 이웃 글에 답장을 남기고 나면 비로소 오늘의 글 발행을 시작한다.
무슨 이야기 상품을 내 블로그 가게에 전시를 해볼까.
요즘은 매번 고민을 하는 게 싫어서 미리미리 포스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달 말일이 되면 다음 달 포스팅 계획을 대략적으로 잡아 둔다. 그리고 매 주말마다 다음 주 포스팅 제목을 수정한다.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메모해 뒀다가 반영하기도 한다. 늘 블로그 포스팅을 할 만한 싱싱한 재료를 찾아 24시간 뇌를 풀가동시키고 있다. 덕분에 매일같이 가게에 따끈따끈한 '신상 이야기'들이 올라올 수 있게 되었다.
내 꿈을 기록하고 키우고 있는 작은 가게
이렇게 내 가게를 키우고 있는 동안 감사하게도 네이버에 월세 한 푼 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여유롭기만 한 운영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블로그 세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을 지속적으로 발행하지 않으면 금세 이웃들과 교류가 끊긴다. 상위노출, 체험단, 애드포스트 광고 수익 등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도 한 순간이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작은 내 블로그 가게는 더욱 초라하게 보일 뿐이다. 그래서 운영 기준을 잘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전쟁터에서 살아남기는커녕 흔들리다가 제 풀에 꺾여 버린다.
내가 블로그를 하는 동안 얻고 싶은 건 돈보다는 온기를 나누는 경험이다. 처음 블로그를 할 때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위로와 응원을 받고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공간이기에 그 따뜻한 마음을 오랫동안 잃고 싶지 않다. 이 마음으로 다시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이 공간을 사랑하는 구성원이 되었다.
3년 전 블로그를 다시 시작할 때는 블로그가 이렇게 의미 있는 공간으로 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무엇이라도 해보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블로그에 다시 로그인하기 시작했다. 조회수가 높은 글을 흉내 내보기도 했고,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서 머리를 쥐어짜 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주길 바라는 욕심에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쓴 적도 많다. 비공개 글과 삭제된 글은 얼마나 많았던지…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차츰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어느 새 내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오는 이웃들이 하나 둘 늘어났고, 나만의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다운’ 공간이 되어가는 중이다.
내 블로그는 조용한 동네에 자리잡은 작은 가게지만 꿈은 작지 않다. 어떻게 하면 나 답게 꿈을 펼쳐볼까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그 결과 많은 꿈이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로 피어날 수 있었다. 육아모임, 블로그모임, pdf파일 판매, 전자책, 강의 등등 매달 나만의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고 있다.
'쉬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하네?' 아마 이웃들이 보는 내 블로그는 늘 불을 밝히며 바쁘게 돌아가는 가게로 보이지 않을까.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 왔을 때 멈추지 않고 늘 살아 숨쉬는 기분을 느끼게 되면 좋겠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생기게 되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세상에 선보이는 중이다.
그렇다고 매번 성공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때로는 무반응에 냉랭한 기운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설레는 날들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번 달은 쉬어야 할까, 아니야. 한 번 더하자!’ 매번 마음 속 갈등을 겪으며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덧 주변 사람들에게 블로그 조언을 하는 사람이 되고 개인 사업자로 성장해볼 다짐도 하게 되었다.
블로그에 기록을 하면서 날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겨났다.
새로운 꿈이 생기기도 했다. 발표 울렁증이던 내가 사람들과 줌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고 강의를 해보기도 했다. 10년간 경력이 단절되어서 아무 일도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나만의 작은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꾸 주변 사람들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게 된다. 어떻게 든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펼쳐보라고 말이다. 하나씩 나의 기록을 하다보면, '꽤 괜찮은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니 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작은 가게를 만들면 좋겠다. 현실에서 펼치지 못한 이야기들을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펼치며 꿈을 펼쳐 나가길 바란다. 그래서 살벌한 온라인 전쟁터가 아닌 같이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고 즐겁게 교류하는 공간이 점점 더 넓어지면 좋겠다. 로그인 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꿈을 마주한다면 얼마나 신날까. 이 생각이 누군가에게 전달되어 용기의 싹이 트길 바라며 오늘도 로그인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