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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앤 Jul 06. 2022

나는 돈을 좋아해

착하고 가난한 동생말고 욕심많은 부자형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일단 부동산, 재테크 관련 카페를 찾아다니며 가입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시장 예측을 하고 투자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육아카페에만 가입했던 나에게는 외계 용어처럼 보였다. 

그 날부터 멍때리며 보던 넷플릭스를 접었다.

유투브와 팟캐스트도 부동산과 재테크, 돈을 벌 수 있는 컨텐츠로 구독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를 보고 또 봤다.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몰라도 이렇게라도

내가 하지않으면 지금 상황에서 더 밑으로 미끄러질것같았다.

귀와 눈이라도 열어두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매일매일 이렇게 하면 더 깊은 나락으로 가지는 않겠지라며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다독여보곤 했다.

그러다가 부동산 스터디 모임도 용기내서 신청하였다. 그래, 이렇게 하나씩 배우자.


모임에서 시키는대로 일단 새벽기상을 시작했다. 

코로나로 온 식구가 집콕하던 시기니 아이가 깨어있는 동안엔 아무것도 할 수 없긴 했다. 

새벽시간에 책을 보고 뉴스를 보고 공부를 시작했다.


인생에 돈이라는 것이 왜 중요한지 왜 필요한지 뼈때리게 배웠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하지만,

사실 행복하기 위해 돈은 중요한 베이스이다. 


그동안은 돈이 많으면 좋긴 하겠지만,그렇다고 돈좋아하는 티를 내면 속물같아 보였다. 

돈을 너무 밝히면 못쓴다는 소리를 많이 듣기도 했다.

그래서 돈은 참 좋지만, 너무 좋아해서는 안되는 대상이 되어있었다.


갖고싶은 것도, 하고 싶은것도 내려놔야하는 상황이 참 많았음에도 

나는 돈에 대한 내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했다. 

그때 돈이라는게 나한테 정말 필요한거구나라는 인식만 제대로 했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사실 어린시절부터 돈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없었다. 

전래동화책도 그러지않나.

가난해도 착한 동생, 부자인 심술궂은 형. 가난한건 심성이 곧고 착한것이고

부자는 욕심으로 재산을 불려나간 것이였다. 

하지만 결국 '착한 동생이 복을 받아 부자가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이어지던 결론.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단다. 그런데 그 복은 돈복이란다'라는 아이러니한 교훈.


나는 그걸 '착하게 사는게 으뜸이다'로만 해석했다. 

우리 부모님 누구도 재테크에 밝으시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하루벌어 하루사는 보통의 일상이었다. 

이러한 환경에 있다보니 자연스레 돈을 직접 마주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벼락거지에서 벗어나 아이에게 다른 생활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보니

돈에 밝아져야만 했다. 가난하고 심성고운 동생보다는 심술궂은 부자 형의 삶을 택하고 싶었다.

아이가 하고 싶은것은 쿨하게 지원해주고, 좋아하는 샤인머스캣을 가격표를 보며 망설이지 않고

마음껏 사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매일 재테크 관련 책을 보고 소원일기를 쓰고 유투브를 보며 공부했다.


어느 새벽시간, 내가 바라는 미래모습을 그려보다가 비로소 알게되었다. 

난 돈을 좋아하는구나.

모른척 아닌척 고상한척 하지말자. 

아닌 척 해봤자 그 결과 돈으로 발동동 거리는 신세가 되지않았던가.

난 더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야! 내가 널 좋아한다고!!!! "


돈을 향해 마음 속에 꾹꾹 숨겨두었던 고백을 했다.

좋아한다는걸 인정하기까지 40년이 넘게 걸렸다. 뭐이리 지독한 짝사랑이 있나.


'나는 돈을 좋아해'라는 이 한 문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자, 희뿌옇던 앞날이 조금은 밝아졌다.

내가 앞으로 무엇에 올인을 하면 될지 대상이 분명해졌다. 

그날부터 돈에 대한 욕망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좋아, 이 돈이라는 녀석을 내 힘으로 옆에 오게 하겠어. 오늘부터 짝사랑은 끝.'




© bruno_nascimento,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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