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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류 Sep 28. 2022

작가는 아닙니다만, 씁니다.

구독자는 아니더라도 읽어주시길


작가는 아닙니다만, 씁니다.

때로는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가 존경하는 선배의 평소 생각이나 인생철학일 수도

그거 봤어요? 하며 후배가 말해주는 새로운 것일 수도

책 속에 혹은 유명인사의 말에 아니면 SNS 짤에서 본

울림을 주는 멋진 문장일 수도 있는

내가 듣고, 보고, 만나며 좋았던 것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

내 모든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나는 14년 차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광고회사와 브랜딩 회사를 거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브랜딩 & 마케팅 회사를 창업했다. 광고대행사에서 12년의 시간을 보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만큼의 꼬박 12년을 한 번 더 보낸 셈이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만큼 충실하게(?) 카피라이터로서의 시간을 보내왔는데 연차가 찰수록 머릿속에 스멀스멀 피어나는 생각이 있었다.


 '어디까지 가고 싶어서 계속 이렇게 하는 건데?'

 '팀장이 되고 싶은 건가? 임원인가? 아닌데... 그럼 그것도 아니면서 왜 이러고 있지?'


 나는 광고대행사에서 더 이상 위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성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껏 하면서 배워온 일들을 통해 옆으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일명 variation project. ‘옆그레이드’를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은 것.


 ‘업그레이드 말고 옆그레이드 하려고 퇴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나는 2020년 광고 대행사를 나왔다. 퇴사하는 순간에도 카피를 쓰고 나간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렇다면 나름 마음에 드는 '퇴사 카피'였다. 그렇게 나는 지금껏 해온 일을 딛고 옆으로 펼쳐가는 옆그레이드의 의미로 브랜딩 회사를 선택했다. 그곳에서 광고와는 또 다른 큰 그림(?)을 보았다. 뾰족하게 갈려야 하는 마케팅, 광고와는 다르게 뜬구름 잡는 듯하면서도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브랜딩의 매력을 엿보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영역에 있는 능력 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빡세고 힘들었지만 함께했던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오래 다닐 수 있었던 광고회사처럼, 그들과는 또 다르게 멋지고 좋은 사람들이 있어 다시 한번 잘 다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내가 모르는 영역에도 멋진 사람들이 참 많구나! 역시 옆그레이드가 옳았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마케팅, 광고, 브랜딩 영역에 있다 보니 주변 사람들 또한 남달랐다. 일단 회사 자리부터 갖가지 피규어나 책, 그림 등 취향 따라 다 다르게 채워져 있었고 심지어 책상에 시트지를 붙여가며 깔맞춤을 하는 후배도 있었다. '오늘의 집' 저리 가라 싶게 만드는 '오늘의 자리'였다.

(나는 심슨을 좋아해서 광고회사의 내 책상은 온통 심슨 밭이었다. 심슨 피규어부터 시작해서 친구가 직접 그려준 심슨 그림, 심슨 인형, 심슨 공책, 심슨 책, 심슨 마그네틱, 심슨 액자, 심슨 그릇 등... 생일 때마다 심슨 선물 받은 것들을 9년이나 모았더니 컬렉션이 되었다. 심지어 퇴사할 때도 심슨 편지를 받았다.^^;;)

우리 팀 CD님(Creative Director) 자리에 놓여있던 자칭 '될 놈'인 CD님을 숭배하는 미니언즈들


또한 누가 봐도 스타일이 좋은 사람들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일명 똥 싼 바지를 좋아하는 사람, 정장보다 츄리닝을 좋아하는 사람, 큰 부채를 들고 다니는 사람, 안경을 목걸이로 걸고 다니는 사람 등) 맛집이며 전시, 공연, 운동, 캠핑 등을 즐기며 일상생활을 무료하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재밌는 것, 핫한 것에 대한 열망이 넘쳐났다. '그거 봤어?' '그 노래 알아?' '거기 가봤어?' 하는 것들 속에 트렌드가 절로 묻어나기도 했다. 이것저것 보는 것, 아는 것, 생각하는 것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냥 하는 소리에도 '오~ 그거 좋은데?' 싶은 인사이트, 명언들이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이렇게 튀어나오는 좋은 것들, 새로운 것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일기처럼 적었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하루에 무엇이든 새로운 것 하나씩 발견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1일 1발견 기록일지>를 꾸준히 작성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발견하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책 속의 인상 깊은 글이나 드라마 대사, 인터뷰, SNS 짤들도 모으고 기록했다. 나날이 이 모든 것들은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 이상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길 이야기 소재들이 생겨났다.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제, 그동안 내 마음속에 혹은 내 일기장 속에 담아왔던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대화 속 인사이트, 인생철학, 조언 등)그리고 책이나 인터뷰, SNS 짤이나 생활 속에서 내가 발견한 영감들을 하나하나 꺼내보려 한다. 나만 알기 아까운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글에 담아봐야겠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작가는 아닙니다만, 씁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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