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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류 Dec 16. 2023

2023년 4월 월간정산

2023년 4월. 이달의 정산

APR. 2023

2023년 4월. 이달의 정산


* 이달의 드라마 : [대행사]

내가 해왔던 업무가 드라마로 나왔다. 광고 대행사카피라이터(copywriter), CD(Creative Director) 직종이 드라마에 나오자 주변 지인들 심지어 엄마까지도 그거 봤냐, 진짜 그러냐, 얼마나 비슷하냐 등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계속되는 질문에 안볼 수가 없어 보기 시작했는데 보다보니 쭉 보게 됐다.(보고싶어서 본 건 아님) 왠지 일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 보기를 미뤄왔는데 광고 일을 함께 한 동료가 말하길, 그걸 본다고 일하는 느낌이 들진 않고 그냥 옛날 생각이 좀 나면서, 웃기다고(오그라드는 의미로)했다. 보고나니 무슨 느낌인지 딱 알겠더라. 심지어 오그라드는 맛에 더 재밌게 본 느낌?ㅋ 아무래도 드라마 내용의 감수를 옛사람이 한 것 같다. 아니면 드라마이다 보니 현실보다 좀 더 극화한 것일지도? 뭐랄까, 오그라드는 프로페셔널한 느낌을 한스푼 덜어내고, 조금 더 자연스럽게, 캐주얼하게 요즘 스타일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끈끈한 동료애와 나름 낭만이 있는 모습은 공감이 갔다.



• [퀸메이커]_앞서 말한 드라마 [대행사]에 CD역할로 나온 이보영의 모습은 내가 너무 아는 직업이라 환상같은 것이 없어서 그런지 너무 멋있거나 너무 프로패셔널하게 나오면 좀 오그라들었는데, 미래전략실의 비선실세로 나온 [퀸메이커]의 김희애는... 뭔가 살짝 오그라들면서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역시 좀 멀리 떨어져서 봐야 환상이라는게 있는건지도ㅋ) 힐 신고 담배 피는 모습도, 숨을 불어넣으며 말하는 발성법도(ㅋㅋ) 포스있고 멋있는 느낌이었다. 호불호가 좀 있을 것 같은 드라마지만 평소에 리더보다도 '킹메이커, 퀸메이커'에 관심 많고, 실제로도 팔로워 중에 최고의 팔로워를 꿈꿔왔던 나이기에 나름 재밌게 본 드라마다.









* 이달의 영화 :

[더 메뉴]_고품격 파인다이닝 블랙코미디 스릴러.

파인다이닝 가는 걸 좋아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고급 다이닝 공간과 코스 요리, 심지어 쉐프들이 좀 무서워졌다...ㅋ 파인다이닝 코스요리로 인간의 부조리함과 계층 구조를 꼬집는 영화. 허례허식과 허영의 단면을 보여준다. 뻔한 위선과 가식이 통하지 않을 때, 그런 까발려진 솔직함이 때론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느꼈다.


[길복순]_넷플릭스 영화. 첫장면부터 황정민, 전도연으로 시선을 팍 끌어버리네.(너는 내운명때는 죽고 못살더니만 세계관 파괴ㅋㅋ) 유치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화면 구성도 좋았고 재밌게 봤다.








* 이달의 영상 : 유튜브_조현아의 목요일밤

어반자카파 조현아.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매력있는 사람이었네.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보인다. 게다가 예술적 재능까지... 즉흥적으로 그때 그때 마음가는대로 정말 좋아서 하는 행동은 역시, 숨길 수가 없다. 가식이나 척 하지 않는 모습이 너무 좋다.








* 이달의 인물 : 지욜팍. 재밌다. 신선하다. 요상하면서도 기괴하면서도 매력이있다.







* 이달의 심슨 : [심슨 시즌 14 애피20]_걷는 것을 예찬하는 호머편. 걷기를 싫어하다가 걷다보니 걷는 매력에 빠져서 계속 걸어다니는 호머의 모습이 건강해보여서 보기 좋았다. 나도 어느 순간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하게 됐는데, 걷다보면 걷는 것이 좋아진다는 이야기에 매우 공감하며 봤다. I love to walk!






* 이달의 책 : 이석원 [순간을 믿어요]_에세이인지 소설인지 모를 그 중간 어디쯤에서 누군가의 솔직한 속마음을 엿보는 기분. 흡입력 무엇!? 서점에서 첫장을 읽자마자 허? 재밌네? 하고 느낀 후 살까? 생각하다가 밀리의 서재에 있는 것을 확인 후, 구매하진 않고 집에와서 밀리의 서재로 쭉 봄.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하며 간만에 흡입력 있게 쭉 읽은 소설+에세이다. 문장에 사건을 궁금하게 하는 힘이 있다. 특히 무언가를 바로 딱 말해주지 않고, 뒤로 빼면서 궁금하게 만들며 계속 더 읽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이런건 배워야지.








* 이달의 문장 :

사무엘 올만 '청춘'

청춘이란 삶의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렸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 그런 게 아니다.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한다. 청춘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탁월한 정신력을 뜻한다.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간다. 세월이 피부를 주름지게 할 지는 몰라도, 열정을 포기한다면 영혼의 생기를 잃어버리게 되겠지.

걱정, 두려움, 자기 불신이 마음을 숙이고 영혼을 먼지로 되돌리기에, 그대가 젊어 있는 한, 예순이건 열여섯이건, 인간 마음속에는 경이로운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탐구심, 그리고 저마다 인생의 링에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지. 그대의 마음과 내 마음 속에 무선기지국이 있는데, 사람들과 신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기쁨, 용기, 그리고 힘의 영감을 받는 한, 우리는 언제나 청춘이다. 그러니 안테나가 꺾일 때, 정신이 냉소로 가득 찬 눈과 비탄이란 얼음으로 뒤덮일 때, 우리는 늙은이가 된다. 스무 살 조차도. 안테나를 올리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여든살이여도 늘 푸른 청춘.

_사무엘 올만 시인이 78세에 쓴 시

시 내용 자체도 너무 좋았지만 실제로 사무엘 올만이 78세에 썼다는 이 마지막 문구가 더 감동적이었다.



오혜원CD님이 제일기획 입사할 때 박웅현CD님의 면접 질문

"시작과 끝에 대해서 입으로 그림을 그려봐라"



당신이 연습한 사람들의 숫자, 당신이 연습한 책의 숫자, 당신이 연습한 모티브들의 숫자가 당신의 역량을 만들어냅니다. 나라는 존재를 내가 만나온 사람의 총합이라고 한다면 한 인간 안에는 수많은 타인이 있고 그 타인들 중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그대그때 불러내서 힘을 빌려 쓰시길 바랍니다.

스마트폰을 처음 사면 통신사의 기본 앱만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태보다 앱스토어에서 필요한 것들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하면 그 효율성이 매우 높아진다. 인간이란 OS도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소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훌륭한 인물들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하게 되면 더욱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_이광수CD님의 인터뷰 중에서

어떤 문장은 바로 바로 진도가 넘어가지 않고 곱씹기 위해 멈춰가며 읽는데, 이 분들의 인터뷰가 그랬다.



센스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지식의 축적이다.

지금까지 한 적 없는 일을 시도해보자. 골프 연습장, 유료 낚시터, PC방 등 가본 적 없는 곳에 가보자. 본 적 없는 것을 의도적으로 보자. 교육 방송에서 방영하는 관심 없고 잘 모르는 방송을 보자. 전철 속에서 옆 사람이 읽는 책을 사보자. 남성이라면 여성지, 여성이라면 남성지를 읽어보자.




귀여움이란 정말 세계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을 합니다._유병재 유튜브 중에서







* 이달의 단어 :

응축

각개 격파(토스_유난한 도전에 나온 단어. 인상적)

1. 전투시 적을 전체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써 적이 재차 반격해 올 수 있는 적의 의지와 수단을 격멸하는 것.

2. 이미 분단되었거나 이격하여 위치한 적이 상호지원하기 전에 각각의 적을 격파하는 전술행동.

지적호기심

주도적인 생산자







* 이달의 음악 : 변진섭 님의 노래들. 

요즘 옛날 노래에 빠져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변진섭 님에게 빠져버렸다. 무려 80년대곡..ㅋ 살짝 촌스러운 필터 낀 느낌에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한 음색, 마지막에 페이드 아웃처럼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까지..! 너무 세련되고 너무 감미로운 요즘 음악들 속에서 올드&담담&담백한 곡들을 들으니 뭐랄까, 컨트리 느낌도 들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특히나 가사가 예술이다. 4월의 봄, 버스에서 함께한 변진섭의 노래 그리고 시적인 가사를 발췌해봅니다.


[새들처럼] 변진섭

열린 공간속을 가르며 달려가는 자동차와

석양에 비추인 사람들

어둠은 내려와 도시를 감싸고 나는 노래하네

눈을 떠보면 회색빛 빌딩사이로 보이는 내모습이

퍼붓는 소나기 세찬바람 맞고 거리를 헤메이네

무더운 하늘 희뿌연 연기사이로 보이는 아스팔트

답답한 도시를 떠나고 싶어도 나는 갈 수 없네

날아가는 새들 바라보며 나도따라 날아가고 싶어

파란하늘 아래서 자유롭게 나도따라 가고싶어

눈을 떠보면 회색빛 빌딩사이로 보이는 내모습이

퍼붓는 소나기 세찬바람 맞고 거리를 헤메이네

무더운 하늘 희뿌연 연기사이로 보이는 아스팔트

답답한 도시를 떠나고 싶어도 나는 갈 수 없네

날아가는 새들 바라보며 나도따라 날아가고 싶어

파란하늘 아래서 자유롭게 나도따라 가고싶어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변진섭 (1989)

앞서가는 사람들과 뒤에서 오는 사람들

모두 다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 이달의 소비 :

• 중요한 사람들의 생일이 몰려있는 4월이어서 선물 사느라 소비 많이함. 선물하려고 호텔 마사지 이용권을 처음사봤는데 선물로 괜찮은 것 같다!

• 봄이라 그런지 옷들이 자꾸보이네..ㅋ 소비를 좀 줄이려고 덜샀었는데 4월에는 편한 츄리닝, 가벼운 옷들을 많이 샀다.








* 이달의 발견 :

• 도레미파솔라시도부터 시작한 아빠의 피아노 실력!! 모든건 노력 하면된다!!

• 을지로 호랑이커피 라떼 짱맛있음!!

• 이태원에서 발견한 파타고니아 옥외광고

Not Mars 화성은 됐고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참 일관성있게 꾸준히 자신들의 철학을 전달한다. 지나가다가 화성은 됐고를 보는데 확 눈길을 끌었다. 은근~하게 일론 머스크를 까는 느낌도 드네..ㅋ













* 이달의 첫경험 :

• 대딩친구들과 인생네컷_벚꽃놀이 가다가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들어가서 찍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 임대인의 마음..ㅋ 장사 잘됐으면 좋겠다!

• 캠핑_걸스카웃 이래로 밖에서 잔적 처음인듯

• 아빠의 피아노 공연







* 이달의 반성 : 일하다가 빡쳐서 그냥 자리를 박차고 가방들고 나가버린 것.. 요즘.. 심리가 좋지 않은 것 같다. 다행인건 인지를 하고있다. 반성하고.. 다시 마음을 다 잡아봐야지..







* 이달의 슬픈일 : 일이 싫어도 너~무 싫고 너~무 하기 싫다 큰일이네ㅠㅠ 지겹다.. 흔들리는 이 마음을 어찌할꼬.







* 이달의 기쁜일(좋았던일) :

• 4월의 첫날, 대학교때 친구들 만남. 점심으로 프랑스 가정식먹고, 카페가고, 인생 네컷찍고  벚꽃 구경가고, 친구네 강아지 장고랑 같이 산책하고, 저녁에는 태국 음식 먹고, 살방살방 걸어서 한강 벚꽃 나들이까지!! 좋은거, 맛있는거, 재밌는거, 예쁜거, 귀여운거 다 보고 다 한 하루!!


• 날씨 좋~은 날, 가평 캠핑

걸스카웃 이후로(사실 기억도 잘 안남) 텐트치고 밖에서 자보는 건 처음이라 괜찮으려나, 허리도 안좋은데 잘 수 있으려나, 밖에서 자기엔 아직 춥지 않나 고민 걱정 많이 했지만.. 같이 간 지인의 좋~은 장비와 따뜻한 배려에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잘 즐기다가 왔다. 아늑한 텐트에 에어매트도 깔아주고, 극세사 이불도 덮어줘서 완전 글램핑 같은 잠자리였다. 2023년 4월의 봄을 밖에서 제대로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던 리얼 캠핑!







* 이달의 소소한 기쁨 : 봄을 한껏 즐긴 것


• 5월달까지만 임시개방하는 서울대 수목원 방문. 머릿 속을 비우는데는 자연이 최고인 것 같다!







* 이달의 잘한일 :

• 꽃들고 아빠 피아노 공연 방문한 일

• 좋은 날씨에 많이 걸음








* 이달의 결심 : 인생에 다룰 줄 아는 악기 하나쯤 있어야겠다!!







* 이달의 인상적 이벤트

아빠의 피아노 공연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아빠는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다며 학원에 가서 ‘도레미파솔라시도’부터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학원에서 시니어 연주자들끼리 모여 작은 피아노 연주회를 열었고 가족을 초대했다. 그렇게 가장 첫 줄에 앉아 아빠의 첫 연주를 듣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그동안 연습한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손의 떨림에서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졌기에.. 나에겐 조성진보다 더 값진 공연이었다. 공연 후 소감을 묻자, 국문과 교수님이라는 분이 ‘뭔가를 접어야 할 것 같은 나이에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고,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청춘이고 봄이다.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라고 답했는데 참 멋졌다. 돌아오는 길에 내 마음에는 아이가 살고 있나? 그렇다면 그 아이는 뭐 하며 살고 있지? 하는 생각과 함께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해 보고 싶어졌다. 나도 악기 하나쯤 다룰 줄 아는 그런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 이달의 감동 : (이달의 인상적 이벤트의 연장선 상에서)  아빠의 피아노 공연을 보고 그 느낌에 대해 저렇게 짤막한 글을 쓰고 읽어줬는데 아빠가 눈물을 훔쳤다. 막 우신건 아니었지만 그렁그렁 맺힌 느낌이었는데.. 태어나서 아빠의 눈물을 본 건 처음인듯..? 내 글에 감동 받은 아빠를 보고 되려 내가 더 감덩이었다..







* 이달의 깨달음 : 예술은 생산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 생산성 그 자체라는 깨달음. 태초부터 지금까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끊이지 않고 계속 되어온 이유가, 돈도 밥도 안되는데 도대체 우린 왜 그렇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수천년을 이어져오고 있는건지 참 궁금했는데 문득 마음을 지배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을 형상화해서 또다른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예술이 아닐까 싶고. 그것을 그리면 그림이 되는 것이고, 쓰면 글이, 부르면 노래가 되는 것.

아빠의 공연을 보면서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들, 보여주고 싶은 마음들, 잘하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한 공간을 채우고, 관객들은 그 보이지 않는 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동 받은 것들을 박수로 표현할 때 '예술이 뭐 별건가, 이런게 바로 예술이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밥이 되고 돈이 되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것. 그렇게 몽글몽글 사람의 마음에서 무언가 피어나게 하는 것 말이다.







* 4월의 키워드 :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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