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은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구별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대체 어디까지를 추상미술이라 하는지? 또 비구상/반추상은 무엇인지? 정말 쉽지가 않다. 바실리 칸딘스키의 「즉흥 31 Improvisation 31(1913)」은 많이 추상화되었지만 알아볼 수 있는 형태들이 남아 있다. 이런 단계를 거쳐 몬드리안의 작품 같이 자연에서 알아볼 수 있는 형태가 완전히 사라지는 지점이 말 그대로 완전한 추상이다.
말레비치, 몬드리안, 반 도스부르흐 등은 추상이라는 단어를 철저하게 정의하여 사용하였다. 그들은
자연의 형태를 단순화시켜 만든 추상과 구별하여 자신들의 추상을 ‘절대주의(Suprematism)’, ‘구체 미술(Concrete Art)’, ‘신조형주의(Neo Platicism)’ 로 불렀다. 그들에게는 자연을 모델로 하여 단순화하여 만들어낸 미술은 완전한 추상미술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완전한 추상이란 자연을 참조하지 않는 미술이었다.
abstract(抽象)는 form(象)에서 무엇을 빼낸다는(抽) 뜻이다. 무엇은 형태를 이루는 essence(본질)로 추상미술가들은 form에서 dot(점), line(선), plane(면), 그리고 color(색채)를 빼냈다. 이것을 순수 조형요소라고 한다.
사실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는 추상 아닌 것이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도구 모두가 자연에서 끄집어내어 만든 것이니까.
엄격히 말해 cubism은 완전한 추상은 아니다. 아직 알아볼 수 있는 form이 있으니까. cubism 같은 그림은 semi-abstraction(반추상)이라 할 수 있다. 완전한 추상이란 점, 선, 면, 색채라는 조형요소가 사실적인 재현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사용되는 미술을 말한다.
페르랑 레제(Fernand Leger 1881-1955)의 「도시의 원반들 Discs(1918)」은 추상 미술인가? 구상미술인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형상이 있어 알아볼 수는 있으나 사실적이지는 않다. 글쎄, 추상미술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할 것이다. 추상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바로 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레제의 「도시의 원반들」은 추상미술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아니 그런 ‘같기도’ 같은 말이 어디 있냐고? 원래 추상이라는 말이 그렇다. 추상(abstract 抽象)이란 형태에서(像)에서 무엇을 빼낸다는(抽 tract=draw) 뜻이다. 그 무엇은 형태의 본질, 즉 조형의 본질이다. 추상미술가들은 자연의 형태를 기하학적 조형으로 단순화시켰고 종국에는 점, 선, 면, 색채 등으로 분석하였다.
추상미술은 자연에서 알아볼 수 있는 형태를 갖추지 않은 작품을 말하지만, 최종 단계의 작품만이 아니라 추상에 이르는 단계의 작품도 추상의 범주로 넣을 수가 있다. 추상인가 아닌가는 추상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특히 공모전의 경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전에 추상의 범위를 정하지 않으면 레제의 「도시의 원반들」 같은 작품은 추상에도 못 끼고, 구상에도 못 끼는 경우가 생길 수가 있다. 그래서 추상, 구상, 비구상에 대한 자의적인 개념의 정의와 이해가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일 수도 있지만, 인간의 모든 사회적 활동은 칼로 자르듯 정확히 정리하기가 어렵다.
레제의 「도시의 원반들」 같은 작품을 비구상(非具象) 미술이라고 부른다. 구상(具象)이 아니라는(非) 말이다. 정확히는 구상도 아니고 추상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구상은 반추상이라고 부를 수 있다. 미술은 형태에 따라 크게 구상미술과 추상미술로 나눌 수 있는데, 구상과 추상 사이에는 수많은 다양한 미술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구상/반추상 미술은 이 사이에 위치하는 미술이다. 사전적으로 비구상 미술은 구체적인 대상의 재현을 거부한, 즉 추상적인 속성이 강한 미술이다. 어떤 대상을 작가의 의도적인 변형과 왜곡으로 인하여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표현한 것이다.
추상미술과는 달리 자연을 보이는 대로 묘사하는 미술은 구상미술(具象美術)이라고 부른다. 구상(具象)은 형상(象)을 갖추고(具) 있는 미술이다. 구상미술은 일단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형상을 갖추고 있어 일단 무엇을 그렸는지,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를 일반인들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의 구상(具象)은 형상(形象)을 갖추고 있는 미술을 의미하지만, 미술사에서의 구상미술(具象美術)은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구상미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추상미술이 득세하자 구상미술 계열에서 추상미술에 대항하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구상미술은 재현적(再現的)·모사적인 경향이 강한 과거의 재현 미술과는 구별하여 사용하였다. 의미는 그렇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구상미술은 형태를 갖추고 있는 미술, 추상미술은 형태가 없는 미술이라고 이해하자.
추상미술은 dot, line, plane 그리고 color만을 가지고 그림을 만들어나가는 예술이다. 다른 말로는 순수미술이라고 한다.
Abstract Art에는 사실적인 미술에서 볼 수 있는 형태가 하나도 없다. 그냥 순수한 형태와 색채만이 있을 뿐이다.
추상미술(Abstract Art)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칸딘스키의 즉흥(improvization) 작품과 같이 감성으로 form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몬드리안과 같이 form을 기하학적 도형으로 단순화시키는 방법이다. 전자는 Non Geometrical Abstract Art(비기하학적 추상), 후자는 Geometrical Abstract Art(기하학적 추상)이라고 부른다.
Abstract Art는 자연을 representation(재현) 하지 않는다. 알아볼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non-representation(비재현) 예술이라고도 부른다.
그림이 현실의 재현을 거부한다는 것은 미술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는 아무런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재현 미술이 되는 것이다. 20세기 초, 추상미술가들은 재현을 멈추고 순수 조형요소인 점, 선, 면 등을 가지고 compostion(구성) 하는데 주의를 돌렸다.
20세기 초의 추상미술은 재현의 의무에서 벗어나 색채와 색채, 색채와 형태, 형태와 형태 간의 컴포지션을 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