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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의 영화편애 Feb 06. 2022

넷플릭스 화제작 '지금 우리학교는'의 숨겨진 메시지는?

최초의 청소년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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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과 '지옥'에 이어서 '지금 우리학교는'이 큰 화제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1위를 하면서 한국콘텐츠의 저력을 다시한번 보여주고있죠.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이 영리하게 콘텐츠를 잘 만든다는 생각을 항상합니다. 장르적재미를 주면서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적절한 메시지도 담고 있고.


좀비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에 고립된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서 헤쳐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겉으로보면 익숙한 장르드라마이고, 좀비떼가 몰려와서 물어 뜯는 장면은 너무 많이 나와서 피로함을 주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드라마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적절하게 담아내어 감동을 줍니다. 특히나 십대들의 좀비물은 많이 없어서 소재적으로도 신선하다고 할 수 있죠.



1. 빛나는 배우들의 연기

우선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 드라마를 가장 빛나게 한 요소는 역시 배우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들고, 또 비현실적인 상황이지만, 현실적인 상황처럼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대본도 좋지만, 배우들의 좋은 연기 때문에 가능했겠죠. 특히 주인공 온조(박지후배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주인공으로써 중심을 잘 잡는 연기를 보여주었죠. 박지후배우는 데뷔작 '벌새'에서도 주목을 받았는데, 이번에 장르드라마에서도 활약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아마 가장 주목받는 배우는 절비로 변하는 남라역을 맡은 '조이현'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차가운 반장의 모습에서 친구들과 생존을 위해 모험을 하면서 점점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거기에 외적으로도 인간에서 절비로 변화한 모습으로 가장 변화가 큰 캐릭터이다보니 주목을 받게 됩니다.




2. 좀비 바이러스의 메타포



'지금우리학교는' 드라마는 좀비들을 무작정 등장시키지 않고, 그 바이러스가 왜 생성되었는지 인과성을 이야기 안에 담아냅니다. 과학교사가 항상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아들에게 차라리 대들기라도 하라며 분노의 바이러스를 개발한 것입니다. 그 바이러스는 세포를 변화시키고, 인간의 악한 본성과 연결되어집니다. 인간의 악한 본성, 분노의 본성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형태를 좀비로 표현한 것이죠. 이러한 설정이 흥미로우면서도 우리 사회의 문제와 연결지었다는 점에서 좋은 각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설정은 헐리우드의 좀비영화와 차별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좀비연기는 역시나 훌륭합니다. 한국의 좀비 연기는 굉장히 훈련된 배우들이 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죠. 이번에도 역시 신체를 활용한 좀비연기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의 또 하나의 차별성은 '절비'라고 하는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켰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엑스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바이러스로 인해서 오히려 능력이 더 최대화되고 진화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남라(조이현)가 절비가 되어 살아가게 되죠. 면역력이 강해서 좀비 바이러스가 극단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드라마는 그들은 무증상감염자라고 표현을 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떠오르게 하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3. 성숙한 청소년 VS 미성숙한 어른



드라마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특히나 청소년들이 생존을 위해서 모험하는 가운데 의사결정과정이 합리적이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십대들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최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 모두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 결정을 해 나갑니다. 결정이 되었으면 반대 의견을 낸 사람들도 모두 협력을 하는 것이죠. 방송실에서 화장실을 만드는 장면이나 체육관에 갇혔을 때 어떻게 빠져나갈지 회의하는 장면은 아이들의 성숙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반면에 어른들의 의사결정과정은 아이들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반면, 어른들은 아주 일방적이고 높은 계급의 사람이 독재적으로 결정을 하죠. 까라면 까라는 식입니다. 그런 씬의 대조가 10회, 11회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수를 위해 한명을 희생시키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고 이야기하는 반면, 어른들은 다수의 국민의 지키기 위해 효산지역을 몰살시키는 선택을 합니다. 생존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아이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친구를 품고자 하는데, 어른들은 아직 닥치지도 않은 두려움때문에 살아있는 생존자를 다 죽이기로 선택을 합니다. 이런 대조가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하게 만들고, 눈물짓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의 대조를 통해서 우리에게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나라면 어떤 행동을 할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 사회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어떠한 태도로 대처했는지도 떠오르게 합니다. 정책결정은 언제나 다수를 위해서 소수를 희생시키는 정책을 펼치는데, 드라마 속에서 아이들은 언제나 소수를 걱정합니다. 혹시 그 소수가 더 진실에 가까운 사람이면 어떡하지? 반문합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인가다운 모습, 가장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은 온조(박지후)입니다. 그녀는 체구도 작고, 공부는 못하지만, 재난의 상황 속에서 가장 현명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성적과 외모와 체격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줄세우기를 했던 모두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그녀는 가장 힘겨운 상황에서 희망을 바라보고, '믿음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도록 먼저 믿음을 보여주는 태도를 보입니다. 가끔은 실수할 때도 있지만, 그녀는 십대들의 팀 안에서 가장 중요하고 중심을 잡는 인물이 됩니다.





4. 세월호의 메타포


'지금우리학교는'이 특히 한국의 관객들이 눈시울 붉어지게 만드는 이유는 '세월호의 메타포'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보면 고립된 청소년들이 생존을 위해 협력하고, 때론 친구를 위해 희생하고, 어른들은 자신이 살기위해서 학생들을 희생시키고, 그 중에 진심으로 학생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했던 교사의 모습을 보면 세월호 사건이 떠오릅니다. 드라마는 좀비이야기이지만, 그런 재난의 상황 속에서 어른들과 학생들의 행동을 통해서 우리의 의식 속에는 자연스럽게 그 사건이 오버랩 되는 것이죠.


실제 세월호 사건에서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희생했던 교사가 있었는데, 드라마에서도 그런 교사가 한명 등장합니다. 그것도 가장 이기적이었던 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들죠.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그들을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구하러 올 거라고 신고도 하고, 구조신호를 보내지만 어른들은 외면합니다. 혹시나 무증상 감염자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아이들의 공동체 안에서는 무증상 감염자인 남라(조이현)을 공동체 안으로 감싸고 품었지만, 어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살포하라고 명령까지 내립니다.

12회에서 경찰이 생존자를 인터뷰할 때 온조가 했던 이야기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왜 저희를 버리셨어요? 이제 어른들한테 아무 부탁 안할 거에요...그러니까 협조도 구하지 마세요" - 지금부터 우리는 중에서...


물론 모든 어른이 나쁘지는 않았다. 몇몇의 좋은 어른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적으로 약자였고, 작은 도움을 줄 수는 있었지만, 강력한 구원자가 될 수는 없었다.

나도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는 교사로써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질문하게 된다. 사실 요즘 학교를 보면 아이들이 예전만큼 교사를 많이 믿지 못한다. 그들 역시 그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사는 사람이고, 위기에 닥치면 아이들보다 자신의 안전을 먼저 생각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좋은 교사는 여전히 존재하고, 서로 대립하고 불신하기 보다는 신뢰하고 함께 성장해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분명히 어른의 지혜와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12화에는 노란 리본을 통해서 이 드라마가 '세월호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소품을 등장시킨다.



5. 누가 좀비가 되는가



재난의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생존하고 어떤 사람은 죽는다. 착한 사람은 생존하고, 나쁜 사람은 죽는가? 드라마는 그런 일차원적인 설정은 하지 않는다.


때로는 착한 사람인데 죽고, 때로는 나쁜 사람인데 운좋게 생존한다. 반대로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사람도 죽고, 또 이타적인 사람이 생존하기도 한다.

온조의 아빠나 청산은 누구보다도 이타적인 사람이었으나 죽는다. 반면 악당이나 자기 혼자 살겠다고 옥상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학생은 산다. 그래도 결국은 그들 역시 처참하게 죽는다. 사실 옥상에서 왕따 당했던 학생이 문만 열어주었어도 좀 더 빨리 해피엔딩이 찾아왔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그 아이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겠지만,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런 이기적인 태도와 삶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역시도 큰 죄임을 드라마는 성숙한 관점으로 잘 보여준다. 때로는 의견충돌도 있고 싸우기도 하지만, 공동체 안에 있을 때 함께 성숙해간다.

좋은 사람도 죽고 나쁜 사람도 죽는다. 그러면 너무 불공평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타적이었던 사람은 남은자들이 기억해준다. 우리를 위해 대신 죽었던 그 사람을 평생 기억하고, 그의 몫까지 잘 살겠다고 다짐하는 희망의 바이러스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기적으로 살다가 죽은 사람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냥 잘 죽었다고 생각한다.




6. 재미와 메시지를 둘 다 잡은 좋은 드라마


이렇게 재미와 교훈, 둘 다 잡은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서 고맙고 가슴퍽찬 마음이 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볼 수 있으면 좋겠고,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에 관하여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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