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명호의 영화편애 Jun 29. 2021

교실에 찾아간 영화 읽기 수업

시네리터러시 수업에 관한 성찰


들어가는 말 : 영화예술교육의 현주소




교실 안에서 영화예술수업을 진행한다고 하면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영화제작 수업이다. 교실 속 영화 만들기는 영화수업의 상징이 되었다. 물론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영화 만들기를 경험한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고 가장 반응이 좋은 수업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은 창조하는 것을 하나의 놀이로써 여기고,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활동은 교실에 큰 활기를 가져다준다. 예술교육의 가장 큰 전통을 가지고 있는 아르떼arte 한국문화예술교육 진흥원의 학교 영화예술교육을 비롯해서, 한국문화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주관하는 <교복입은 예술가>와 같은 프로젝트는 이러한 교실 속 영화제작 수업에 초점을 맞추었고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필자 역시도 10년 동안 셀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기관에서 영화제작 수업 수업과 캠프를 진행하였고 매번 재미와 의미를 모두 얻는 소중한 수업이 되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영화수업이 지나치게 제작 수업 쪽으로 편향되어있거나, 결과물을 내기 위한 도구로 영화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다. 그런 결과 중심적인 수업은 겉모습은 화려할지 모르지만, 본질에 있어서 문화예술 교육적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영화 제작 수업에 비해 영화 읽기 수업의 담론과 수업 사례는 상대적으로 빈곤하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영화예술 수업의 균형을 찾기 위해 영화 읽기 수업의 중요성과 그것을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사실 학교에서도 영화 읽기 수업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과거에 주로 자습시간을 대체하는 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제작 수업에 비해 수업을 통한 변화나 결과물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서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영화예술교사 역시도 교육에 적절한 영화를 고르는 일이 만만치 않다. 사람마다 좋은 영화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훈적인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지루하지만 예술적인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그저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기 어렵다. 또 자칫하면 취향에 마치 등급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줄 여지도 있다. 많은 예술교사들이 영화 읽기 수업을 진행하다 실패를 맛보았고, 결국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영화예술교육 분야에서 큰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하시는 이아람찬 교수는 [교육적텍스트로써의 예술영화]라는 논문을 통해서 예술영화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비전을 이미 제시하기도 했지만, 실제 우리가 만나는 수업 대상 어린이와 청소년을 생각할 때에 너무 난이도가 높은 제안이라 한계가 느껴진다.


필자 역시도 교실 안에서 다양한 영화읽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학교나 지역도서관,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대중적인 영화를 텍스트로 선정해 영화읽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좋은 피드백을 얻었고 긍정적인 방향성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되어 그 내용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본론




1. 시네리터러시 수업의 전제




먼저 영화 읽기 수업이 필요한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1) 천만 관객 시대에 주체적인 영화 감상자가 되도록 키우는 것, (2) 현재 가장 대중적인 예술인 영화를 보다 깊이 있게 향유하는 법을 배우는 것, (3) 영화를 통한 다양한 인문학적인 주제를 탐구하는 것, (4) 이미지 해독력을 키우고 미학을 이해하는 것 (5) 영화를 통해서 개인과 사회에 대해 사유하고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말할 수 있겠다.


영화는 우리 시대에 가장 영향력이 강한 대중예술이고, 서사와 사운드와 음악, 이미지와 연기, 사회적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는 종합예술이다. 게다가 그 안에는 우리의 인생이 담겨져있다. 수많은 예술 장르가 있지만 그 중 영화는 수업의 텍스트로 가장 적합해 보인다. 음악이나 문학을 다루는 교육만큼이나 영화읽기 교육은 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문자적 사고만큼이나 이미지적 사고 역시 중요하고, 종합예술 교육을 통해 인간이 균형 있게 성장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반 공교육 안에서 많이 이루어진다면 좋을 것이다.


영화 읽기 교육을 하기에 앞서서 가장 중요한 전제를 이야기하면 좋겠다. 그것은 바로, 영화의 의미는 작가와 수용자의 대화를 통해서 풍성해진다는 점이다. 가장 안 좋은 영화 읽기 수업은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영화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마치 오래 전 시 읽기 수업에서 단어의 의미를 객관식으로 풀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종종 감독의 인터뷰를 읽고 장면 연출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감상자가 능동적으로 이미지를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면 더 풍성한 영화 감상이 될 것이다.


롤랑 바르트는 사진에 대한 해석을 할 때 ‘스투디움(studium)’과 ‘푼크툼(punctum)’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스투디움’이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공통된 의미라면, ‘푼크툼’은 나에게 꽂히는 “제 3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감독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나 스스로 어떤 장면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잉해석일지 모르나 그로 인해 영화 의미는 더 풍요로워진다. 이 ‘푼크툼’의 개념이 영화읽기를 문화예술 교육에 적용함에 있어서 중요하다. 그것은 고정된 의미가 아닌, 모호한 의미이다. 그것이 우리가 영화를 단순히 줄거리를 이해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하나하나를 더 주의 깊게 관찰하고, 또 그것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에로 나아가게 한다. 그 의미는 “내가 그것을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니고, 마치 화살처럼 그것이 사진의 장면에서 출발하여 나를 관통하러 오는 것”이다. 그것은 “나를 찌르는 디테일(detail)”이다. 이러한 의미의 발견은 개인의 트라우마와 연결된다. 사실 우리들은 영화를 보며 이러한 일을 경험한다. 영화 속에 나타나는 인물의 의상이나, 소품, 상황 등에서 자신에게만 와 닿는 의미를 종종 발견하곤 한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 ‘제 3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관객을 그저 제작자의 의도대로 따라가는 수동적 위치에서 벗어나, 보다 창조적으로 영화를 해석하는 위치로 올려놓는다. 즉, 독자적이고 주관적인 영화 감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관객이 감상자가 아닌, 공동의 작가가 된다.


교실 안에서의 영화 감상 수업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닌, 나만의 해석을 하고 토론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 좋은 영화 일수록 이미지와 기호 안에 다양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서사를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한 이미지를 어떻게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나눈다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영화 읽기 수업이 될 것이다. 종종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온통 스포일러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영화는 결말을 알고 보더라도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면 영화 안에 담긴 더 날카로운 주제의식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숏 하나하나가 의미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해석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영화 텍스트를 해석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것이 영화 읽기 수업에서 중요하다.






 2. 영화 읽기 수업의 실제 : 미장센으로 영화 읽기




영화 읽기 수업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미장센mise-en-scene’이다. 왜냐하면 영화 읽기 수업은 결국 이미지 해독능력을 키우고 영화 미학을 이해하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영화 읽기 수업은 단순하게 영화 줄거리를 정리하고, 영화의 메시지를 찾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영화 읽기 수업의 전부라면 구지 예술교사의 역할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영화읽기 수업은 그것을 넘어서서 영화 이미지의 미장센을 분석하고 미학적 소양을 키우는 데에로 나아간다. 좋은 영화 감상 수업은 단순히 ‘재미있다’ ‘재미없었다’ 수준의 감상을 넘어서서, 감상자가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해독하고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런 수업을 위해서 우선 ‘미장센’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장센으로 영화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미장센은 쉽게 이야기하면 하나의 ‘숏shot’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발견해 나아가는 것이 바로 영화 읽기 수업이다. 이런 개념을 이해하면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보게 되고 좀 더 분석적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숏이라고 하는 이미지를 분석하는 데에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읽기 수업이 잘 이루어지면 결국 창작 수업에도 도움을 준다. 영화 읽기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영화제작 활동은 그저 단순한 놀이체험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이런 미장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숏shot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제작 수업 때에 좋은 결과물을 얻게 될 확률이 크다.


시네리터러시 수업을 진행할 때에 영화 한 편을 다 보는 것도 좋지만, 영화의 명장면, 혹은 하나의 스틸만으로도 미장센으로 영화를 읽는 수업을 진행해볼 수 있다. 좋은 명작들을 보면 해석의 재미를 주는 좋은 이미지들로 가득한데, 그러한 이미지를 사례로 미장센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는 뜨겁게 사랑했다가 사랑이 식어가는 두 사람의 감정을 인물의 표정 뿐 아니라, 벛꽃같은 배경이나 소품, 공간, 렌즈 등 다양한 미장센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컬러를 통해서 꼬리칸의 계급과 앞칸의 계급을 표현하기도 했다. 꼬리칸은 거의 흑백 영화에 가까운 컬러로 구성되어있다. 그런데 한칸 한칸 앞 칸으로 전진할수록, 블루, 옐로우, 레드 등 다채로운 컬러로 된 칸을 만나게 된다. 영화 <우리들>에서는 친구와의 우정을 ‘봉숭아물’이라고 하는 것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주인공 선이는 손톱에 살짝 남은 봉숭아물을 보고 용기를 내어 싸웠던 친구에게 다가간다. 이렇게 대상에 따라서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영화 텍스트를 선정해 이렇게 미장센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면 좋을 것이다.


종종 지나치게 영화 해석을 요구하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영화를 보는 것을 이전보다 더 싫어하게 될 우려가 있기도 하다. 강사는 영화를 잘 이해하도록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것이 일방적이면 학생들에게 고통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 먼저는 수업에 사용되어야할 영화 텍스트 선정이 가장 중요할 것이고, 두 번째로 수업 대상의 이해도를 고려해서 적절한 난이도로 해석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수업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3. 영화 읽기 예술 수업 사례의 실제적 방향




그럼 좀더 실제적으로 학교의 교실 안에서 영화 읽기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필자가 제시하는 시네리터러시 수업의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경우에는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며 차이점을 발견하고, 또 문자 언어와 이미지 언어가 스토리텔링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는 수업, (2) 일반 교과와 영화를 연계하는 수업 역시도 무한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수업 방식이다. 영화 스토리 안에는 사회나 과학 윤리, 수학, 국어와 같은 다양한 교과목과 연결되어지기 때문이다. (3) 또 영화를 활용한 진로 수업 설계도 흥미로운 수업이 되리라 생각된다. 영화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성장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인생영화라 불리는 영화들은 대부분 인물의 성장을 그린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해가는 주인공을 바라보고 분석함으로써 우리의 진로를 설계하는 데에도 큰 인사이트를 주기 마련이다.




(1)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소설에서는 문장이 독자를 매료시킨다면 영화는 숏이라고 하는 이미지가 관객을 매료시킨다. 그런 점에서 문자 언어와 영상 언어는 본질적으로 다르고, 그래서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는 수업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책의 한 문단을 사례로 들어서 그 부분이 어떻게 영화화 되었는지를 살펴본다면 문자 언어와 영상 언어의 본질적인 차이를 체험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가령, 영화 <남한산성, 2017>은 소설의 문장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미지 언어로 잘 번역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영화의 촬영을 맡은 김지용 촬영감독은 다양한 영화제에서 촬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자 언어를 이미지 언어로 옮기는 일은 매우 어려운 번역과도 같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 일에 실패했는데, 영화 <남한산성>은 원작 속의 감정과 주제의식을 이미지 속에 잘 구현하였다. 그래서 영화의 첫 씬을 보고, 그것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비교해보거나, 아니면 소설을 먼저 읽고 그것을 나라면 이미지 언어로 어떻게 표현할 것이고, 또 영화는 어떻게 실제 표현했는지를 비교해보는 수업을 진행한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문자언어와 이미지 언어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또 SF 소설계의 거장인 테드 창의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는 드니빌뇌브 감독의 <컨택트Arrival, 2017>로 재탄생했는데, 소설과 영화 둘 다 너무 훌륭해서 두 텍스트를 비교해서보는 것은 매우 황홀한 경험이 된다. 서사를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이라든지, 글로 묘사된 외계 생명체를 시청각적으로 구성하는 방식 등 필자는 개인 오디오방송에서 테드창의 소설을 드니빌뇌브 감독이 어떻게 시각화했는지를 주제로 팟캐스트를 한 적이 있는데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도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영화가 소설을 대체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데,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소설과 영화는 다른 장르이지만 스토리텔링 예술로써 서로 기대고 있고 협력하고 있다. 비록 스토리텔링 방식이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수업 대상이 더 어릴 경우에는 소설이 아닌 웹툰과 영화를 비교하는 수업도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




(2) 영화와 일반 교과 연계하기




그리고 영화를 다른 교과목과 연계하는 수업도 그 비전이 무궁무진하다. 종종 어떤 영화는 다른 분야에 대한 흥미를 갖게 만든다. 가령, 얼마 전 사람들이 갑자기 과학에 관심이 뜨거워질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한 편 때문이었는데, 바로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과학 서적들이 엄청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청소년기에 봤다면 과학을 더 일찍 사랑하게 되었을 거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SF 영화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상상력으로만 이야기를 구성했다면, 지금의 SF 영화는 그렇지 않다. 최대한 과학적 검증을 거치려고 노력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 시나리오 작업 중에 킵손 과학자의 자문을 얻는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만약 영화 교사와 과학 선생님이 SF영화를 가지고 협력 수업을 한다면 학생들이 잊지 못한 좋은 수업이 되리라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씽스트리트>나 <비긴어게인>이나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과 같은 영화를 통해 영화와 음악을 연결한다든지, <사도>나 <택시운전사>나 <광해>, <동주> <말모이> <명량>과 같은 영화를 활용해서 영화와 역사 교과를 연계하는 수업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필자는 청소년기에 역사과목을 매우 싫어했는데, 대부분 시험에서는 연도를 외우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만약에 역사 이야기를 영화 스토리와 연계해서 진행한다면 필자와 같이 역사를 싫어했던 사람에게도 더욱 흥미로운 역사 수업이 될 수 있다. 물론 영화가 역사를 왜곡하는 경우도 종종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할 것이 없는 것이 영화가 역사를 그리는 관점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수업도 같이 이루어지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수업은 영화강사 혼자 진행하기 보다는 담담교과목 선생과 협업으로 이루어진다면 훨씬 의미 있는 수업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3) 영화를 활용한 진로 수업




또 영화를 진로 수업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것도 제안한다. 대부분의 명작이라 불리는 영화는 주인공의 성장을 담기 마련이라, 우리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영화 속 미학까지 접근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이야기 속 다양한 캐릭터가 놓인 상황을 이야기함으로써 진로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 좋은 수업을 될 수 있다. 필자는 최근에 영화를 활용한 진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진행한 프로그램에 선정한 영화는 <코코Coco, 2018> <엑시트Exit, 2019> <어린왕자The LittlePrice, 2015> <어메이징 메리Gifted, 2017> <우리들The world of us, 2015> 이었다. 기존의 진로 교육에 활용된 영화와는 차이를 두면서도, 될 수 있으면 어린이가 주인공인 영화를 선정하고자 했고, 또 영화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선정하고자 했다.


사실 그동안 영화를 활용한 진로 수업에서 텍스트로 사용되어진 영화는 <빌리엘리어트> <죽은시인의 사회>와 같은 뻔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좋은 영화이지만 지나치게 교훈적인 영화거나 수업에서 너무 자주 활용되어져서 수없이 본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필자는 기획팀과의 논의 속에 최대한 그런 교육영화의 클리세를 벗어나고자 하였고, 최근의 영화로 선정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단순히 영화 속 다양한 직업들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더 본질적인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고, 삶의 태도에 대한 의미가 담긴 영화를 우선시했다. 그렇게 어렵게 선정된 영화이고, 이런 영화를 통해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개념이 아닌, 스토리를 통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강의를 진행했다.


주의할 점은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영화 토론을 깊게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청소년이나 성인들과 수업을 진행하듯이 토론을 이끌겠다는 과한 욕심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서 후반부에는 활동수업을 배치하였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영상 만들기부터, 나의 꿈을 동영상으로 제작해보는 활동까지 진행하면서 학습자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만약에 영화 읽기 수업이 없이 콘텐츠 제작 활동 수업으로만 진로수업을 진행했다면 핵심이 빠진 진로수업이 되었을 것이다. 영화읽기 수업과 창작 수업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었을 때, 수업은 더욱 알차고 참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영화 읽기 수업은 당장 결실이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길게 보았을 때 아이들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지리라 확신한다.


영화를 활용한 진로 수업을 구성할 때 진로에 대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영화를 자료화면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있고, 또 반대로 영화를 우선시하고 장면을 해석하며 자연스럽게 삶의 길에 대해서 고민하는 방식이 있는데,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해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서 교육프로그램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진로 전문강사가 진행을 한다면 전자의 방식이 맞을 수도 있을 것이고, 영화강사가 메인강사이면 후자의 방식이 더 적절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영화강사였기에 영화 스토리를 먼저 이야기하고, 삶의 가치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이 수업시간을 사랑했고, 영화를 보며, 혹은 제작 활동을 하며 완전히 몰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과 사회에 대해서 알아가고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주리라 확신한다.


너무 완벽한 프로그램을 설계하려하기보다는 다양한 실험을 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교육을 설계하는 것도 영화를 창작하는 것만큼이나 창의성이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준비는 충분히 하되 수업 현장에서는 정해진 타임라인대로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교감하며 수업을 이끌어 나아갈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맺음 말 : 시네리터러시 수업을 위한 제언




학교 교실 안에 위에 제시한 방식의 영화 읽기 수업이 많이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히 결과물을 내고 출품을 하기위한 영화예술 수업이 아니라, 시네리터러시 수업을 통해서 이미지 해독력을 키우고, 미학을 이해하고 삶에 대해서 성찰하는 능력을 키우는 수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우선 학교의 교사들도 영화 읽기 수업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둘째로, 영화 텍스트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읽기 수업을 위한 좋은 예술교사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지금 영화제작 강사는 차고 넘치지만 영화 읽기수업을 위한 강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 진흥원은 영화 제작 경력을 가진 예술 강사 뿐 아니라, 영화 읽기 수업에 전문성을 가진 강사들도 많이 영입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필자는 영화 읽기 수업의 대중화를 위해서 [시네리터러시]란 책을 쓰기도 했고, 개인방송 [씨네썸TV]를 통해서 교육적 활용도가 높은 영화에 대한 리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를 하는 강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강사마다 관심사가 다르고 강점이 다르다. 위에 제시한 영화교육사례를 다 잘할 수 있는 강사는 드물 것이고, 영화예술교사는 스스로가 가장 흥미롭다고 여겨지는 주제를 파고들어 재미도 있으면서 의미 있는 자신만의 영화 읽기 수업을 설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행했던 수업을 다른 강사들과 함께 공유한다며 더 빠른 시간 안에 시네리터러시 수업이 체계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도서




박명호, [시네리터러시], 도서출판 아우룸, 2018


박명호, [미디어교육리부트], 북랩, 2020


롤랑바르트, [밝은 방-사진에 관한 노트], 김웅권 역(동문선), 2006


강성률, [영화 비평 – 이론과 실제], 아모르문디, 2019


이아람찬, [교육적텍스트로써의 예술영화], 2010, 시네포럼 11호


킵손, [인터스텔라의 과학], 2015, 까치


테드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2016, 엘리






참고 방송



박명호의 팟빵, [영화가 필요한 순간], 97회, [컨택트]와 [네 인생의 이야기]


http://www.podbbang.com/ch/13714?e=23171547



씨네썸TV, 작은숲미디어교육연구소


https://youtu.be/5fCDE59Acyg







참고 영화




<코코Coco, 2018>, 애니메이션, 리 언크리치 감독, 전체관람가


<엑시트Exit, 2019>, 이상근 감독, 12세 관람가


<어린왕자The LittlePrice, 2015>, 애니메이션, 마크 오스본 감독, 전체관람가


<어메이징메리Gifted, 2017>, 마크웹감독, 전체관람가


<우리들The world of us, 2015>, 윤가은 감독, 전체관람가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 크리스토퍼놀란감독, 12세 관람가


<컨택트Arrival, 2017>, 드니빌뇌브 감독, 12세 관람가




작가의 이전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미디어교육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