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가이' 속 미래 풍경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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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한 남자.
짚 앞에서 폭격이 일어나고, 사람이 총에 맞고, 탱크가 지나가도 사람들은 놀라지 않고 당연하게 여긴다.
알고보니 이 곳은 게임 세상이다.
게임 속 세상이 꽤나 리얼하고, 그 안에서 경제적인 활동이 오가고, 또 아바타가 나를 대신해서 가상현실을 살아간다.
그런세상에서 배경캐릭터로 존재하는 가이는 한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고 그는 그 정해진 틀에 박힌 삶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그는 엄청난 모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늘 사먹던 커피가 아닌 카푸치노를 시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 그의 작은 일탈은 점점 거대한 시스템에 균열을 만들어내고 결국은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담을 영화는 보여준다.
이 영화는 내가 여러차례 리뷰했던 <트루먼쇼>의 현대판 버전같아서 좋았다. 사실 트루먼쇼는 당시에는 너무 쇼킹한 결말이었지만, 지금보기에는 아쉬운 면이 많다. 그런 차에 영화 <프리가이>는 좀 더 지금의 시대에 맞는 소재와 시각디자인을 적용하고 있고, 게다가 스토리텔링도 훌륭해서 반갑다.
영화 <트루먼쇼>의 메시지를 가져오면서도 SF영화의 고전인 <매트릭스>의 모티프, 그리고 스필버그감독의 <레디플레이어원>의 가상현실 배경의 장점들을 다 가져오면서도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 좋았다.
그런 다양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또 유머를 잃지 않는 점, 잔잔한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해준다는 점 역시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이다.
기존의 SF 걸작들은 성인들을 위한 영화라면, 이 영화는 10대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라는 점이 또 미덕이라 할 수 있겠다.
1. 노예에서 주인으로
이 영화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역시 노예에서 주인으로 변화하는 설정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게임 속에서 배경캐릭터로 존재하는 도구에 불과한 인물이다. 캐릭터들이 총을 싸면 맞고 쓰러지고 그것이 일상이 된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런 배경캐릭터가 변화한다. 한 여인에게 반하면서부터. 그리고는 더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살아있는 인격체와 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배경속 캐릭터로 살아가는 가이의 모습을 볼 때면 현대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점점 디지털화되어가고 규격화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반복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말이다.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임에도 게임속 배경캐릭터의 삶과 유사하게 느껴질 때가 많지 않은가.
이런 설정을 보면 찰리채플린의 <모던타임즈>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 영화의 초반 장면을 보면 거대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사회속에서 인간의 하나의 부품이 되어 존재하는 삶의 아이러니를 그리고 있다.
영화 후반부에 가이가 동료 배경 캐릭터에게 연설하는 장면은 무언가 웃기면서도 또 감동을 주는 묘한 감정을 전달해준다.
2. 메타버스의 풍경을 보다
요즘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가 메타버스이다.
영화는 그런 미래의 풍경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아바타로 살아가는 것이 익숙하고, 하나의 게임현실을 살아가는 풍경. 그리고 그 가상현실에서 경제적인 순환도 이루어지는 모습.
특히나 선글라스를 쓰면 증강현실처럼 일상이 게임처럼 변화하는 장면이 흥미로웠다.
기존의 가상현실 안경은 너무 무겁고 거추장스러워서 활용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선글라스형태로 만들어지니 더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실제로 많은 it기업들이 vr안경을 선글라스 형태로 만들려고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이가 선글라스를 쓰고 게임 속 세상을 체험하는 장면은 어쩌면 곧 다가올 미래의 우리의 모습같아서 그런지 짜릿함을 주고 흥분을 전달해준다.
그런 현실이 재미있을지, 아니면 반대일지는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미디어 교육가로써 이런 미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미래에 적응하면서도 또 미디어 환경을 성찰하는 비판적 시각도 필요할텐데.
정말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다. 어쩔때는 신나기도 하지만, 또 어떨때는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3. 놀라운 스토리텔링에 관하여
이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은 역시 스토리텔링이다. 시각디자인이 화려하다고 해서 그 영화를 좋아하게 되지는 않는다. 역시 중요한 것은 스토리이다.
이 영화는 다행히도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
게임 속 현실과 실제 현실세계 모두 탄탄하게 캐릭터가 구축이 되고, 또 갈등구조와 인물의 목표 등이 잘 구조화되어있다.
게임 내적으로는 사랑과 자유를 추구하는 가이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게임 외적으로는 자신들이 창조한 게임을 지키고 그것을 훔쳐간 회사를 소송하는 밀리가 중심이 되어 갈등이 전개된다.
또 밀리를 중심으로 게임 속 인물인 가이와, 현실의 게임창업 동료인 키즈 사이에 삼각관계도 등장한다. 물론 그 삼각관계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아서 더 좋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은 매우 만족스럽다.
코로나로 힘든 시국에, 그리고 점점 디지털 사회로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프리가이>는 여러모로 즐거움과 생각거리를 던진 좋은 영화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