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북클럽으로 학폭 생각해 보기
책쓰기와 논문쓰기로 바쁘다가 브런치 글쓰기를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가족북클럽은 해왔고, 오늘은 그동안 너무 열심히 일해 지쳐가는 중 하루 쉬기로 했기 때문에 가볍게 가족북클럽 내용으로 브런치글쓰기 해본다.
더글로리 과몰입. 처음에 어떻게 하다가 더글로리 리뷰 영상을 하나 보았는데, 한드는 일단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지라 시작하기가 두려워서 리뷰영상 하나만 더 보자 했다. 그러다가 리뷰 영상들을 계속 찾아 보면서 조금씩 퍼즐 맞추듯 하고 있는 상황을 보니, 오히려 감질이 나서 드라마를 봐야 겠다 싶었다. 아 — 그렇게 빠져들어 버렸다. 파트 원으로 나와있던 에피소드 1부터 8까지 모조리 앉은 자리에서 봐버렸다. 8에서 파트 원이 끝났는데 영 뭔가 끝난 거 같지 않은 아주 답답한 느낌. 계속 파트 원 후기 중에 내가 보지 않은 새로운 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오면 잽싸게 낚아채서 본다. 파트 투가 나올 때까지는 아직도 열흘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파트 원을 다 본 게 이미 한달 전이었으니 더글로리 폐인으로 한달하고도 열흘 이상을 살아가니 힘들다. 그래도 파트투 티저 영상이나 스틸샷 등이 올라오면 완전 흥분의 도가니. 또 티저 영상과 스틸샷을 분석하는 영상들 뇌피셜 영상들 꼼꼼히 챙겨 보면서 과몰입 상태 계속 유지한다. 더글로리 작품성 탄탄하고 학폭 이슈는 계속 다뤄져서 근절해야 하니깐 내 과몰입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가족북클럽 얘기 쓰기로 해놓고 더글로리 과몰입 썰푸는 건 무엇인가. 오늘 가족북클럽에서 읽기 시작한 Bully On The Bus 책이, (더글로리 동은이가 당한 학폭에 비교할 정도의 레벨은 아니라 할지 모르겠지만) Leroy와 Ruby가 매일 스쿨버스를 타면서 놀림 당하던 이야기를 내러티브 시로 꽉꽉 채워놨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시로 써내다니. 아직 책을 다 읽지 않은 상황이라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어떻게 갈등이 더 깊어지고 해소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오늘 1/4 정도를 읽었는데 앞의 대부분의 내용은 Leroy와 Ruby가 스쿨버스에서 어떤 식으로 놀림을 당했는지, 그 때의 기분들의 묘사 같은 것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묘사들이 리드믹한 시의 언어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에게 쉽게 어필하는 건지. 작가님이 아주 시적 언어를 야무지게 다뤄 놓으셨다. 예를 들면, 놀리는 아이의 말이 꼭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용암 같았다고 하는 부분의 연은 텍스트화산으로 만들어놨다:
또, 짧은 행들로 짧은 숨에 읽을 수 있게 몰아치다가 어느 순간 Leroy의 무거운 마음이 전해져서 아주 짧은 행을 아주 느리게 읽을 수 밖에 없는 식으로… 아래에 인용한 부분에서처럼 말이다.
Blood thumps
loud and hot
in my chest,
head,
ears,
and the wheels on the bus go
round and round
much
too
slow
for
me.
아 … 조였다 푸는 이 리듬 정말 기가 막히다. 내용적으로 말하면 이 부분은 버스의 아이들이 Leroy와 Ruby를 Wheels on the Bus의 Baby로 놀리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었다. Leroy와 Ruby는 초등학생인데 놀리는 아이들은 고등학생들이다. 아주 비슷한 상황을 우리 애들이 저학년일 때 스쿨버스에서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애들의 수다 꽃이 핀다.
나 (엄마): “우리 웨이벌리 살 때 너네들 킨더랑 1학년 때 스쿨버스에서 큰 애들이 놀렸다고 그랬었지?”
딸: “(별거 아니라는 듯이) 아니 그냥 딱 한번 그랬어.”
아들: “엄마가 교장선생님한테 가서 뭐라고 그랬잖아.”
얘들아 그게 그냥 딱 한번 그런 걸로 끝난 게 정말 다행이지. 유색인종 거의 없는 학교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해꼬지 당하지 않을까 놀림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을 시절이었다. 아들이 기억하는대로 스쿨버스에서 일어났던 한번의 에피소드로 교장 선생님 만났고, 아이들을 스쿨버스 태우는 일을 그날로 그만뒀었다. 아들이 또하나 얘기를 하는데 누나가 누나 친구랑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을 때 누나 반 남자애들 몇명이 누나랑 누나 친구를 놀리고 있어서 자기가 혼내줬다나. 킨더 아이가 1학년 애들을 어떻게 혼내줬을까 싶지만. 그런 태도 좋다 아들. 앞으로도 누구든 그렇게 놀리고 괴롭히고 그러는 아이들 보면 절대로 가만히 안 있겠다고 한다. 그래. 절대 가만히 있지 말자. 그 상황이 절대로 반복될 수 없게 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막자. 무슨 일이 있어도 이렇게 엄마한테 미주알 고주알 얘기해주는 거 이런 일일 수록 훨씬 더 중요하다. 묻어두지 말고 뭐든지 이야기하자. 항상 엄마랑 수다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