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하는 삶, 성인학습에 대하여
성인 학습자의 특징이 무엇일까요? 성인교육 분야의 전문가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페다고지(소아과를 영어로 했을 때 ped-가 붙는 것과 마찬가지로요)의 대응 격으로, 안드라고지(Adult education과 관련한 어원입니다)를 창안했습니다. 성인을 잘 가르치고, 그들이 잘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는 성인학습자의 특성을 잘 살펴서 그에 맞춰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나의 학문으로서 정리된 성인학습자의 특성은 대략 이렇습니다.
학생 때와는 달리, 자기 주도적이고 내적 동기를 가진다.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학습에 활용한다.
배운 것이 일상의 문제 해결을 위해 즉시 필요한 경우가 많다.
동의하시나요? 흠잡을 데 없는 진술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이론적 정리는 매우 다양한 성인의 학습 실태를 수집해서(안드라고지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했습니다) 최대한 일반적으로 다루는 데 중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성인은 보통 어떻게 학습하는가’를 관찰하는 것보다는 ‘나는 어른이 되어도 학습해야 하는가, 내가 어른이 되면 학습환경이 달라지는가’와 같은 실제적인 차원의 질문들인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도 학습해야 하는가’의 질문은 꽤나 도발적(?)인 질문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초, 중, 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끝인 줄 알았던 이 지겨운 학습의 고난(?!)이 직장인이 되어서도, 사장이 되어서도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 너무 억울한 것이지요. 성인이 된 이후에 무엇을 주로 학습하게 되는지 지켜보면 더 암울해져요. 직무적성, 자격시험, 외국어 등 더 많은 월급을 불러들일, 생존을 위한 투자로 계속 공부하는 것들이죠. 학습의 즐거움이나 자기 수양과 같은 고상한 말들이 들어갈 틈도 없이 말이에요.
저도 우연히 성인학습자를 가르칠 기회가 있었습니다. 피아노와 영어를 가르쳤지요. 아이들과 달리, 성인학습자를 만나면 우선 즐거워요. 말이 통하고, 가르치는 입장 배우는 입장 할 것 없이 인생 경험을 나누고, 혜안을 얻고, 좋은 인연이 되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인생친구가 될지언정,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값을 지불하고 얻고자 하는 것을 가르치는 사람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제가 존경하는 학습자 분(!!)들은 한 마디로 ‘너무 바빠’ 열심히 할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업무가 기다리고, 가족들이 바라보고, 또는 프러포즈를 준비해야 하기도 했거든요. 사실 젊은 나이의 강사로서 저는 ‘다 이해합니다’라고 말은 했지만, 언젠가는 납득하실 만한 결과물을 얻어가야 할 텐데 걱정스럽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18개월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맘이 되었습니다. 이럴 수가. 정말로,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이 안되고 상황이 안됩니다. 규칙적인 시간을 지켜 꾸준함을 지켜나가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질 만큼, 아이와의 하루는 돌발적이고 내 맘 같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주-욱 빠져버리니, 아이를 낳기 전 내 모습, 내 인내력, 내 의지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영혼으로 갈아 끼워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내 몸은 하나인데 여기저기서 나를 원하더라고요. 차라리 하나의 목표만 가졌던 수험생활이 그리워질 정도라니까요. 성인학습자의 변명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진짜 변명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 알게 된 성인학습자, 그리고 경험적으로 알게 된우리 인생의 성인학습자의 특성을 모두 만나보고 나니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우리인생의 학습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 학습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하는 걸까.
진짜 어른이 되려면,
끊임없이 학습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