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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아 Apr 12. 2021

자기계발보다 자기님이 중요합니다

미라클모닝보다 중요한 것

Image by Priyanka sarode from Pixabay


삶을 풍요롭게 살고 싶고, 성공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기계발서 몇 권은 다들 읽어보았을 것입니다. 서점의 자기계발서 코너에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제목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 책들만 읽으면, 업무는 성공적이고, 다음 커리어를 순조롭게 쌓으며, 인맥이 두터워지고, 투자에 성공해 이번 달 카드값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첫 직장에 입사한 후, 앞으로 내 평생이 이렇게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남의 승인을 받은 일만 해나가며, 화장실에 가거나 외출하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는 것인가 좌절하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 아무도 만나지 않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손에 집히는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나의 저당 잡힌 미래가 다시 청사진처럼 바뀌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장님께 이 책을 가져다 드리면 이 책을 읽으시고 큰 깨달음을 얻어 좀 더 혁신적인 직장으로 바꿔 주시리라 기대하기도 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젊은 청춘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자기계발서가 무조건 이로울 데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 경우처럼 단조로운 삶에 돌파구를 주고, 다른 사람들의 관점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물하고, 책 한 권 값으로 이렇게 얻어도 되나 싶을 방대한 양의 노하우를 전수하여 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삶을 살아갈수록, 다른 사람의 인생관과 노하우가 모두 내 삶에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갔어요.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상황을 전복시켜야 할 때에, 그저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해결책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요. 우리의 삶은 다면적이고 각기 다른 모양새를 갖고 있기에, 같은 사건일지라도 주위 환경이 어떤지, 인생의 어떤 시기에 닿아 있는지에 따라 제각기 다른 행동을 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자기계발서는 좋은 참조가 되기는 하지만 자기 인생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더 이상 <자기>를 계발하는 방법이 될 수 없겠지요.


어쩌면 ‘자기계발’이라는 것이 하나의 ‘문화’나 ‘유행’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회적으로 조명받고,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해결을 위해 함께 나서야 할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그저 개인이 열심히 극복해야 할 장애물처럼 여겨지도록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이 주장과 관련해서는 이원석, <거대한 사기극>을 참조) 대학입시위주의 교육을 뿌리부터 고쳐보고자 많은 사람들이 토론했지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전국의 학생들이 끊임없이 점수관리를 위해 엉덩이를 붙이고 자기수련을 하고 있는 것처럼요. 또 ‘자기계발’이 자발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자기를 끊임없이 계발하려는 움직임이 지향하는 목표 지점은, 바로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적격의’ 개인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지요. 정말로 ‘나’를 위한 자기계발이라기 보다는 알아서 스스로self-help 훈련하는 셀프의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러면 나는 도대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가만히 드러누워 있지 말고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모든 게 이 사회의 음모론이니 꼬드김에 속지 말라니 말입니다. 어떤 것이나 중심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볼 때, ‘나는 무엇을 위해 그리도 부산스럽게 애를 썼나’ 싶은 마음이 들지만, 결국 공항 입국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 밖을 나서면 당장 오늘 해야 할 일부터 떠올리잖아요. 우리는 그저 <나>라는 존재를 잘 붙들고 살면 되겠지요. 때로는 희망찬 조언을 듣고, 때로는 비관적인 비판의식을 공유하면서요.


자기계발이든 자기개발이든 뭐가 중요합니까? <자기>님이 제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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