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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아 Apr 22. 2021

목표달성에 실패해 화가 날 때

나 자신은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일까요? 좋은 학교, 좋은 직장, 훌륭한 과업을 이루는 것도 물론 어렵지만, 아마도 매일의 삶에서 마주하는 가장 어려운 일은 바로 “생각한 대로 나를 움직이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맛있는 감자칩을 노트북 옆에 열어두고 우적우적 씹고는, 손에 묻은 기름을 잠옷바지에 죽죽 문질러가며 타자를 치고 있어요. 양심상 커피는 우유나 설탕이 들어간 제품이 아니라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지요. 제가 ‘올해는 꼭 다이어트에 성공할거야’라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리라는 것 예상하시지요? 놀랍게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다이어트에 관련해서는 갖은 노력을 다 해봤지요. 굶으며 소금만 먹어보기도 하고, 클리닉의 도움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다이어트 유경험자라면 잘 아시다시피, 제게 남은 것은 잠깐의 성공과, 오래가는 실패의 어두운 그늘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성공과 실패의 사이클 속에서 제 자신을 가두고 있더군요. 성공할 때는 내 자신을 억눌렀고, 실패할 때는 내 자신을 가둬두었어요. 왜 그렇게 되는지는 엄격한 식이요법과 엄청난 요요를 겪은 분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왜 항상 비상사태처럼 굶고, 그게 아니라면 범죄자처럼 숨어 지내야 하는 거지? 나에게 일상이라는 것은 없는 거야?’ 젊은 나는 ‘아름다운 나’의 모습에 대한 이상을 갖고 있었고, 그렇지 못한 모든 나날들을 부정하며 살고 있기도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라면, 늘씬한 사람이 아니라 ‘다이어트 걱정을 안해도 되는 사람’이 될 정도로 제 스스로 목표와 이상향을 가지고 저를 옭아매고 있더라구요.


너무 화가 나서,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먹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죽지 않을 정도로 절제하는 삶. 딱 그 정도로 저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춘다는 것입니다. 닭가슴살을 물리도록 먹고 푸른 채소를 약 먹듯이 먹는 삶과 이별한다는 것입니다. 싱그러움이 그리워 질 때 더 맛있게 채소를 먹을 것이고, 내 몸 속 장기들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떠올리며 보살피듯이 관리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목표와 기대치를 낮추고 나니, 새로운 것이 보이더군요. 적게 먹고 매일 운동하는 것, 이 세상 내 마음대로 살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나는 바보인가 싶더니,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세상을 풍요롭게 사는 다른 방법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새벽에 눈을 비비며 운동화를 신고 밖에 나가는 것보다, 아침에 일어나 화분에 물주는 것은 정말 쉽더라구요.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약간의 돈만 지불하면 되는 것들도 꽤 있었습니다. ‘의지박약’이라는 말로 내 자신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천치라고 스스로 비하하면서 살았는데, 세상 사는 게 그렇게 각박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내가 다른사람보다 쉽게 시작하고, 큰 노력없이 꾸준하고, 디테일하게 마무리하는 일들이 꽤 많더군요.


그래서, 글을 쓰는 일에 내 마음을 담기로 했습니다. 글쓰기는 소셜 계정에 올릴 멋진 내 외모를 만드는 것보다 더 쉽고, 다채롭고, 꾸준할 수 있거든요. 어느날 갑자기 충동적으로 꽃집에 들러 사온 튤립 화분이 온 집안과 내 마음을 밝히는 것처럼, 일정 궤도에 이를 때까지 이를 악물고 견디지 않아도 즉시 오늘의 나를 밝힐 수 있거든요. 저처럼 목표와 기대치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들을 ‘일단 과감히 던져버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행복하지 않은 기대수준은 어쩌면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왜곡된 규준(norm)이 작용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내가 행복해지는 나만의 목표를 찾고, 천천히 나아가는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 어쩌면, 글의 처음에서 이야기했던 ‘내 생각대로 엄격하게 내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이게 더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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