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감상 후 메모
<헤어질 결심>의 해준은 불쌍한 인간이다. 서래가 말 한 것처럼 ‘품위'있는 인간이 아니다. 품위있는 척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뿐이다.
해준은 성실했다.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려도, 일터에선 신뢰받는 구성원으로 역할한다. 한때는 매순간 사랑했을 아내와 몸을 섞는 행위는 아내의 요구에 의해서지만, 그런 아내가 주중 퇴근 후 주말 집으로 돌아오면 직접 요리를 해서 음식을 대접한다.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지만 외로워 하는 대신 살인사건 해결에 마음을 쏳는다.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책임지지만 정작 밤에는 잠도 못 잔다.
해준 같은 인간은...몸 없는, 몸이 만든 온갖 육체적 정신적 변뇌에서 벗어난 ai인가? 해준은 완벽한 사람이었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에게.
해준이 서래를 사랑하기 시작하자 그의 품위있는 가면은 완전히 부서진다. 일적으로 그는 수사관과 용의자라는 상하 권력 관계 속에서 사랑을 시작한다. 해준이야 결백하겠지만, 구조 위에서 두 사람을 본다면 글쎄? 사적으론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며 불륜남이 된다.
해준은 서래 때문에 품위 있는 척 한껏 발 디뎠던 자신을 버려선 안 되었다. 자신의 품위를 좌지우지할 열쇠루유스스로가 아닌, 타인으로 두어선 안 되었다. 해준은 서래를 사랑하는 대신 삶을 사랑해야 했다.
나는 그러고 있는가? 내 삶을 구성하는 나와 주변을 사랑하고 돌보고 있는가? 스스로 돌봄에서 시작하는 대신 무언가 있어 보이는 만남/배움/활동에 애를 쏟고 품을 내며, 생명의 허무함이자 마음의 광대함을 가리려고 하는 건 아닌지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