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언어사전
기꺼이 : willingly, 마음 속으로 은근히 기쁘게
니체가 그랬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지금 내가 방구석에서 풀리지 않는 고민에 뒤척이는 것은, 퇴근길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것은, 오늘의 연인이 내일의 남이 될 수 있는 걸 알면서도 사랑을 원하는 것은 결국, 잘 살려고 하는 것이다.
오로지 쉼을 위한 공간에 고민이라는 녀석이 머리를 밀고 들어왔다. 그 녀석은 사랑, 가족, 일처럼 여러 이름표를 부지런히도 바꿔가면서 찾아온다.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끝끝내 편히 쉬지 못한다. 결국,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 도파민을 찾아나선다. 핸드폰에서는 그렇게 30분동안 의미없는 짧은 동영상들이 기계적으로 재생된다.
퇴근길, 숨이 턱턱 막히는 공기가 약간은 느슨해진 듯한 날씨. 해가 떠있던 하늘은 어느샌가 달이 주인이 되어있다. 이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갔음을 알게 된다. 달력과 보고서 종이 위 숫자에서만 마주 했던 여름의 good-bye와 가을의 glad to meet you를 바닥에 나뒹구는 나뭇잎들과 함께 들어본다. 생명력이 사라진 나뭇잎의 거뭇거뭇해짐이 고민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나의 표정에도 비친다. 그도 잠시. 지잉 울리는 핸드폰 알람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호감이 사랑이 되고 친구가 되었다가 결국 추억이 되는 것. 숱하게 겪어본 일이라 이제는 내성이 생긴 것 같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다음 단계에 여지 없이 설레다가 끝끝내 아프다. 사탕처럼 달콤했던 그의 눈빛과 입술이 겨울 새벽달처럼 먼 공간에 혼자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 거기까지임을 깨닫는다. 새벽달과 한낮의 해처럼 서로가 없는 세상으로 향한다.
평생 해결되지 않을 고민은 쉼없이 나를 찾아온다. 그렇다면, 나는 그 무지막지한 녀석들을 어떻게 마주해야할까? 감히 말하건데,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100년도 전에 살았던 생각많은 사람이 나 대신 고민하고 해답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 니가 지금 고민하고 방황하는 건 노력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거야 '
살아오면서 쌓인 '짬'이라고 할까? 비슷한 고민에 다른 답을 하고 또 새로운 녀석이 찾아오면 '드루와 드루와'를 시전할 수 있는 강인한 기백은 '기꺼이' 너를 환영한다는 담대함에서 시작된다.
오늘도 말한다.
헤어질 수도 있는 만남을, 유통기한 없는 고민들을, 길 바닥 위에서의 방황을
기꺼이,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