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육아 중인 지인과 수다를 떨다비혼 맘이 된 방송인 사유리 씨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비혼을 해도 아이는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나눴는데. 그에 대한 우리의 답변은 당연히 '그렇다'였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렇게 달갑지 않은가 보다. 비혼 맘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라는 청원이 3천 명 가까이 동의를 얻기도 했고, 비혼 가정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시위하는 단체들도 보았다.
우리 둘은 사람들 생각 속에 존재하는 '정상적 가정'에서 자랐던 사람들이다. 가족을 떠올리면 흔히 생각하는 아이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있는 그런 포스터들에 있는 가족. 그런데 과연 우리는 행복했는가? 우리도 일탈을 해본 적이 있으며 가끔은 극단적인 생각도 해볼 정도로 인생이 우울했던 적이 있다.일부 네티즌의 주장대로라면 '정상적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린 마냥 행복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차별이란 그리 어렵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보자. 최근에 육아 전문가들이 육아법을 코칭해주는 프로그램이 흥행을 타고 있다. 해당 방송에서 한 부모 가정이 출연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쉽게 다투는 장면이 방송되자우리 어머니는 그런 말을 했다. '저래서 이혼하면 안 돼.' 당시 일부 커뮤니티와 포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목소리를 냈다. 이혼해서 저런 문제가 생겼다는둥. 과연 정말 그럴까?
다른 회차에 등장하는(그들이 말하는) '정상적 가정'들이 저것보다 큰 문제를 안고 있으면 어떻게든 부모의 잘못된 육아법이나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찾으려고 애썼던 사람들이, 어느새 한 가지의 편견에 매달려 그것에만 물고 늘어진다. 전문가의 설명도 소용이 없다. 그냥 그들은 거기에 꽂혀 그것이 문제라는 결과를 도출해냈고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 같았다.
이렇듯 차별은 우리의 생각 전반을 뒤흔든다. 아이의 행동이나 부모의 육아 방식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도 비혼출산이나 입양, 이혼 같은 수식어가 들어가면 주제가 다른 곳으로 튀어버린다. 공부 잘하고 부유한 집안의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지면 '왜, 저런 아이가? 뭐가 문제라서?'라는 의문을 품던 사람들이, 한 부모 가정의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지면 '그럼 그렇지.'라고 말한다. 이런 편견적인 결론 도출이 정말 세상을 포용성 있게 만들고, 정확하고 윤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만들까?
편견은 오히려 문제 해결에 걸림돌 역할을 할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비정상적 가족이란 것도 없다. 이미 그들은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음에도 관계도 없는 이들이 그들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의 인생을 대단히 과대평가하는 행위이다. 앞으로 생겨날 새로운 가정, 나와는 다른 가정에게 비난을 가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