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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Jan 18. 2022

지금 버스를 타고 있는 당신에게 (장애인 이동권)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들 (2)


버스에 타고 계시는 많은 분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시겠어요? 장애인이 타고 있나요? 만약 타고 있다면 일주일에 몇 번, 혹은 며칠 정도 본 적 있으세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같은 반에  같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던, 그렇게 분명히 함께 존재하던 장애인이 어느새 시간이 지날 수록 사라지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볼 수 없고 거리에서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사실 이런 의문을 시작하게 된 것은, 최근 들어 저상버스를 자주 타고 있기 때문인데요. 저상버스는 장애인 당사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분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버스라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용하고 있으면 그 당사자들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 의문에서 시작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전반적인 곳에서 장애인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없었던 것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대구의 지상철 3호선에는 휠체어존이라 불리우는 자리가 있습니다. 그나마 그곳에서는 가끔 타고 내리시는 장애인 분들을 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사람이 많이 타는 곳에서는 그 자리조차 사람이 가득 차 있어, 휠체어 구역은 더 이상 휠체어가 오르고 내릴 수 없는 구역이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독서토론을 함께하던 지인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다른 역에서 타고 내리면 되잖아요. 사람 많은 곳인데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않나요?"


그러면 장애인은 사람 많은 역에서는 타면 안 되는 걸까요? 더 나아가, 비장애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장애인의 출입이 어려운 것이 당연한 걸까요? 그런 생각들과 눈초리가 모여 장애인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서서히 멀어진 걸 아닐까요?


재작년 여름, 가장 무더웠던 날 버스에 탔던 날 장애인분이 타고 계셨습니다. 그의 앞자리와 뒷자리는 공허한 느낌을 주듯 텅 비어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몇몇 승객들은 그 두 자리가 비어있음에도, 서서 가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듯한 분이 혼자서 창밖을 보며 의성어를 표현하는 행위가 불편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나 봅니다. 저와 함께 탄 분이 그의 앞자리에, 그리고 제가 그의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까지 그의 행동이 흠칫하거나 당황스러울 때는 있었지만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변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치는 모습이 때론 부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목격할 때마다 당사자의 입장을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나와 함께 있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그 불편함 때문에 내가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 게 당연한 세상이라면?


역시,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물어봅니다.



오늘 당신의 일상에서는 장애인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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