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을 써보고는 싶지만, 내 이야기는 너무 시시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자서전을 써보고는 싶지만, 내 이야기는 너무 시시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자서전을 써보고는 싶은데… 제 얘긴 너무 평범해서요.”
이 말은 자서전 강의를 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대답이다.
많은 이들이 자서전이라는 말 앞에서 움츠러든다.
쓸 이야기가 없다는 생각. 자신의 인생은 너무 시시하다는 느낌.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나는 창작 업계에서 '취재와 조사에 진심인 작가'로 통하는 편이다.
새로운 작품을 준비할 때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뒤적인다.
인터넷 검색은 물론이고, 오래된 신문과 논문을 찾아 도서관을 뒤지고, 그것으로도 부족할 땐 직접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한다.
내가 그동안 만나온 사람들 중에는 다양한 직업군이 있었다.
배우, 기자, 의사, 형사, 그리고 대통령 경호원...
각자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는 언제나 나를 들뜨게 했다. 생생한 정보와 진짜 이야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이 인터뷰를 하며 이런 말을 한다.
“이런 것도 소재가 되나요?”
그들은 자신들의 '일상'보다는 자신이 그 일을 하면서 겪은 '특별한 사건'을 말해주고 싶어 한다.
물론 그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가 그들과의 인터뷰에서 얻고자 하는 건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상이 타인에게는 흥미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에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도파민은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 속에서 분비되니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입장을 바꾸어 나는 평생을 작가로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작가가 아닌 사람들은 작가인 나의 일상을 궁금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평생을 겪어온 평범한 이야기가 타인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너무 익숙하게 바라보는 나머지, 그것이 가진 의미와 가치까지 희미해진다.
매일 보는 풍경은 배경이 되고, 반복되는 감정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신이 살아낸 그 모든 순간은, 타인에게는 신선하고 강렬한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다.
“내 얘긴 너무 평범해.”
당신이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렇게 바꿔보자.
“내 얘긴 너무 익숙해서 내가 잘 못 보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자서전은 바로 그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세상의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 솔직하게 자기 삶을 마주하고 털어놓는 이야기에서 더 깊은 공감과 울림을 느낀다.
그러니 자서전을 쓰려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
특별한 사건이 없다고, 엄청난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고 주저하지 마라.
당신이 버텨낸 하루, 당신이 사랑한 사람, 당신이 망설이다 끝내하지 못한 말들.
그 모든 것이 자서전의 재료다.
당신의 일상은 누군가에게는 놀라운 이야기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값진 것이다.
당신의 삶을 폄하하지 말자.
그 어떤 이야기보다 먼저, 당신의 이야기가 쓰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