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앙큼발랄
미국은 하늘이 정말 하늘색이었다.
나는 하늘이 하늘색이라는 것을 내 나이 27세가 되어서야 알았다. 한국에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하늘이었다. 단 한 번도 이런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하늘이 이렇게 높을 수가 있을까?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하늘을 나는 미국에서 처음 봤다. 그때의 그 하늘이, 그때의 그 감동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미국은 정말 신이 내린 축복의 나라였다. 미국이 역사가 짧아도 강대국일 수밖에 없는 너무나 많은 이유를 나는 오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풍부한 나라였다.
도서관에 갔는데, 너무나 많은 악보와 책, 그리고 CD들을 보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도서관에서 무료로 출력도 가능했다. 한국에서는 돈을 내야 출력이 가능한데, 미국은 그 모든 것이 무료였다. 원없이 중요한 자료들을 출력하고 또 출력했다.
미국은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나라였다. 전혀 모르는 나에게 서양 사람들은 웃어 주었고,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면 내가 들어올 때까지 항상 기다려주었다. 경직된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였다.
동양에서 이제 막 온 여학생이 보기에는 미국 사람들은 언제나 여유가 있었고, 언제나 웃고 있었다.
첫 레슨이 되었다. 한국에서 합격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교수님을 컨택했다. 그 학교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 학과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내가 왜 당신의 제자가 되고 싶은지, 앞으로 내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할 건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약간의 과장을 섞어서, 그리고 잘 안 되는 영어로...... 내용을 최대한 길게 해서 보냈더니, 다행히도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만약 부정적인 답변이 왔으면 어쩔 뻔했어?
오늘은 교수님을 만나는 첫날이다. 첫 레슨으로 나의 이미지가 결정될텐데, 이메일에 교수님과 약속하고, 장담했던 대로 보이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해도, 레슨 들어가기 전에는 늘 부족함이 느껴진다. 좀 더 열심히 할걸.... 난 도대체 언제쯤 당당하게 레슨을 받을 수 있을까?
레슨실에 들어가니, 엄청 덩치가 큰 교수님이 피아노 앞에 앉아계셨다. 눈이 너무 크셔서 깜짝 놀랐다.
KFC 앞에 서있던 할아버지와 오버랩이 된다. KFC에 계시던 할아버지는 인자하신데, 앞에 계신 교수님은 인상이 약간 사나우시다.
큰 눈을 더 크게 뜨고서,
"Are you Julli Seo?"
"Yes, I am Julli Seo."라고 일단은 인사를 했다.
그 긴장된 순간에 무슨 말인지를 알아듣고 답변을 했다는 거 자체가 난 이미 훌륭했다.
교수님은 나를 보시고 한국에서 어느 학교에서 공부했고, 어떤 교수님과 공부를 했는지 물었다. 다른 전공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음악은 어느 학교에서 누구와 공부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일단 음악하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고, 또 많은 음악인들이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한국에 들어가기 때문에 서로서로 웬만큼은 다 아는 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수님도 내가 졸업했던 학교와 교수님을 알고 계셨다. 신기하군.
"어떤 곡을 준비했니? 한번 쳐볼래?"
너무 긴장이 돼서 페달이 잘 안 밟혔다. 발이 떨고 있으니 페달을 제때 밟을 수가 있나.
연주하면서도 내 손가락의 떨림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내가 이렇게 떠는 사람은 아닌데, 왜 하필 오늘......
이메일 내용대로 내가 얼마나 열심인 학생인지 보여줘야 되는데, 욕심이 너무 과했던지 생각만큼 잘 못쳤다.
그래도 교수님은 잘 준비했다고 칭찬해주셨다. 정말 잘 쳤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아니면 날 격려하기 위해서 그러신 건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는 레슨을 시작하셨다.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듣는다. 토플을 미국 석사과정을 밟을 수 있는 점수로 높은 점수를 얻었건만, 반이나 안 들리다니..... 정말 굴욕적이다.
내가 이럴 줄 알고 레슨 전에 교수님께 녹음을 해도 되냐고 물어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녹음 안 했으면 어쩔 뻔했냐고요!!!
선생님이 어떤 부분을 가르키면서 손가락 번호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물으셨다.
"4번, 1번, 2번이요"
"What?"
"4-1-2!"
"What?"
"4!!! 1!!! 2!!!!!!!!!!!!"
오 마이 갓!!! 한국말로 숫자를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막판에는 거의 소리 지르다시피....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들어갔어야 했다. 이런 망신이 또 있을까.
도대체 여기가 미국이냐, 한국이냐.....
그리고 난 또 누구란 말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