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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난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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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준 Mar 28. 2021

소란스러운 빈집

난필. 19

빈 집이 있다.

늘 비어있진 않지만 대게 비어 있는 상태다.

한 때는 아름답게 꽃 피는 정원 가꾸고, 울타리와 집은 계절마다 새로 페인트칠을 했다.

짧고 긴 여행들을 마칠 때면 항상 두 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와 집안을 채웠다.

채워야만 했다.


집주인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보다는,

울타리를 넘어 잘 가꾸어진

정원을 지나 새로 칠한

집 창문과 그 속의 채워진 것들과

그 주위로 서있는 모습을 생각하며 웃음을 연습했다.


어느 날 찾아온 손님은 검은 와인을 선물했다.

아무것도 네가 결정한 것은 없다며 지하로 내려갔고.

집주인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이 모여있는 층위로 내려가기 위해 기꺼이 우울을 마시겠다.

그리곤 게으름이란 변명을 하며 누워서 손을 흔들겠다. 

오, 위버멘쉬여 이것이 나의 능동적 니힐리즘이라 말하겠다.


빈 집 있다. 늘 비어있진 않았지만 이제는 비어버린 상태다.

그 집 지하에는 모두가 알고 있는 지하실이 있다. 그리고, 

소란스러운 빈 집 있다.




I am dead. I remain dead. And I have killed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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