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난필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석준 Jan 30. 2023

겨울 준비

난필. 20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준비할 때를 느낀다.

겨울 끝에서 다시 시작 선을 이어 붙인다.

첫 번째 겨울 속에서 두 번째 눈 시린 풍경을 본다.


갈림길 위에 서서 한쪽으로 쓰러질 준비.

남아있는 길을 혼자 걸어갈 준비.

다치지 않을 다짐, 하지만

눈 내린 길 위로

발자국을 흘린다.


짧은 눈꽃이 피고 지고,

그 뒤에 올 환한 벚꽃을 기다리는 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일 텐데,

가장 어려운 것은.


소리가 나지 않게 발버둥 치고,

보이지 않는 마른 자국을 닦고,

입술과 코를 막고,

천천히 가라앉는 그 요란스러움으로

내가 나를 돌아보길.


어차피,

체온은 기억보다 빨리 식고,

기억은 감정보다 빨리 마르고,

감정은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가니까.

차라리, 시간을 기다리기.


네가 내게 물들기를 바라기보다

네게 물든 나를 체념하는 게

나의 겨울 준비.




밤하늘 위에 핀, 벚꽃 같은 눈꽃 찾기.
매거진의 이전글 소란스러운 빈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