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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준 Apr 10. 2021

휴먼 블루

글 15

 가능한 코로나를 주제로 글을 쓰고 싶지 않아 외면하다가 끝끝내 체념하며 글을 쓴다. 자본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대하는 그 생리를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빠르게 새로운 것들을 잠식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 돈 소리 나는 차가움에 구역질이나 다시 고개 돌린다. 새로운 단어에 뭐든 붙이면 새로운 상품이 된다. '뉴 노멀 보험', '뉴 노멀 재테크', '뉴 노멀 부동산'. 뉴 노멀에 대한 포비아는 시장에서 극한으로 자극된다. 기업에게 코로나는 블루오션이고 우리의 삶은 휴먼 블루이다. 내가 보는 색과 시장이 보는 색은 같지만 다르다.


 온도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우리를 더욱 검게 만든다. 기회에 대한 준비론을 말할 바에 침묵이 낫다. 그 편리한 이론으로 간단하게 성공과 실패를 구분 짓고, 쉽게 소외되는 부분을 합리화시킨다. 시장은 언제나 현상에 대해 무성의한 아나토미를 보여준다. 숫자와 통계에 온기를 담기는 어렵지만 그것을 쉽게 인정하는 냉정은 불편하다. 우리는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더 말해야 한다. 그렇게 힘겹게 내딛는 한걸음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 그 열정이 조금이라도 온기가 있다면 된다. 노력 없이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사람을 기능적으로 쓰는 나쁜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 더 사람에 대해 말해야겠다. 삶과 사람이 'ㅏ'라는 모음 하나의 차이라면, 우리는 빠진 한 부분을 같이 공유하는 삶이다. 그렇기에 수직으로 관통하며 수평으로 공감한다. 코로나로 얼룩진 그 다양한 숫자 속에서 우리는 사람의 얼굴을 봐야 한다. 그 숫자 하나하나가 전체에서 일부분 일지는 몰라도 그 일부분에게 하나는 전부이다. 



우리가 뜨겁게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려 노력할 때, 비로소 휴먼 블루는 불꽃의 온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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