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피타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석준 Mar 28. 2021

균형 맞추기

글 14

 양팔저울에 무언가를 똑같이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언제나 입에 달고 사는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말조차 말과 행동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삶의 편중은 어느새 '먹고사는 방식' 중 앞 단어에만 방점이 찍혀있다. 살아가는 방식이야 어떻게든 벌어먹으면 살아지지 않나 하는 간편한 생각에 잊혔다. 간단하고 편리하지 않은 게 삶인데. 그렇다면 무언가 복잡하고 불편한 부분은 외면받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균형이 필요하다. 일주일 중 다섯 날은 벌어먹기 위해 산다면, 적어도 두 날 정도는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잘 사는 것이 아직 무엇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살아온 만큼 더 살아도 답을 내릴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 대체로 중요한 질문에는 답이 없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어 더 집착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래도 적어도 그 반대는 하나 알고 있다. 가능성, 그 확률을 '0'으로 고정해 놓는 일이다. 그렇기에 어제와 오늘이 같고 내일도 틀림없이 같은 것이라는 것. 그냥 흘러가는 데로 시간에 나를 맡겨두고 생각과 행동이 멈춰있는 것. 같은 일상의 반복이 삶의 균형이라 착각하는 것. 그 평평히 굳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언제나 역동적인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서 있는 것 또한 내 의지라면 괜찮다는 것이다. 행위에 대한 자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발버둥 칠수록 끌려 내려가는 늪처럼 무기력이 몸을 제멋대로 움직이더라도. 그래도 발버둥 쳐야 한다. 침전함으로 곧 잊혀질 것임으로.



의식하는 행위에 3점 정도의 가산점을 준다면 5대 5로 균형이 맞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게으른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