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필. 27
햇빛이 좋은 날이네요. 오늘 하루는 정리가 좋겠습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감정들을 꺼내 널어두려고 합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고, 조금은 어른이 됐습니다.
결국, 시간이 이겼습니다.
다행입니다.
애써 눈 돌렸던 것들을 마주할 시간이네요.
곳곳에 묻은 추억들에 멈칫거려도 오늘 할 일을 끝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추억하던 것들은 시간 앞에서 점점 흐려졌고,
그날에 머물던 것들은 새롭게 시작한 하루들에 밀려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이전과 다른 하루가 반복되고 이제는 다짐 없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같은 기억을 공유하던 것들을 입 밖으로 내뱉어도 더 이상 마음을 울리지 않고 흩어집니다.
이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추억들은 우리의 에피타프로 남겨두고 갑니다.
마지막까지 서 있다 떠난 자리엔 마침표 같은 발자국만 남겠네요.
반복되는 오늘이 드디어 어제가 되고, 하루 같던 계절이 끝났습니다.
새로운 내일이 올 수 있을 테고, 이제는 새로운 계절이네요.
길었던 시간의 마침표 같은 하루입니다. 안녕
무척 더운 어느 8월의 여름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