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필. 26
슬픈 기분인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끝났음을 실감할 때 기분은,
네 옷이, 네 베개가, 네 물건이 없어져 더 넓어진 방인데 어디도 앉지 못하고 서성인다.
넓어진 공간만큼 작아진 내 모습이 초라해,
아마 공허함이겠지.
당분간 늦은 밤에도 불을 켜놔야지, 어둠이 내리면 진짜 울지도 몰라.
일상을 연기하는 건 쉬운 일, 아무도 보지 못했으면 좋겠어.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밤이 두려워.
슬픔도 너 없이는 공허함이고,
추억도 너 없이는 기억일 뿐이야.
내일도 그냥 오늘이겠지.
아직은 그 속에서 살래.
눈물은 내가 놓아준다는 의미니까.
아직은.
너는 너무 느리게 왔다가 빠르게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