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서울시는 최근 강동구의 천호동과 양천구의 신정동 지역을 재개발 할 예정이라는 발표를 하였다. (파이낸셜 뉴스, 2023. 6. 8. “아파트 탈바꿈” 강동구 천호동·양천구 신정동 재개발 속도) 서울시의 재개발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며, 재개발을 하는 지역은 서울시 하나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도시의 경관을 정비하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 설정된 아주 작은 개발제한구역을 제외하면 온 나라가 개발을 하지 못하여 안달이 난 사람처럼 '개발'을 하고 싶어 난리이다. 심지어 조금이라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한 개발제한구역조차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달라고 난리이다. 개발이 되어 농지나 산 대신 건물이 생기면 사람이 올 것이고, 사람이 와야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 질 수 있다는 논리이다. 과연 그럴까?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한발 앞서 도심지역 재개발을 하였던 나라이다. 일본의 도쿄에서 서쪽으로 25km정도 떨어진 다마뉴타운은 1980년대 '꿈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당시 젊은 사람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하여 2018년 다마시(市)의 고령화율은 29.9%에 이르렀다. 도시 내의 절반이 빈집이라는 일본 현지 보도와 함께 유령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사람이 없으니 내수 경기나 경제지표는 당연히 좋지 않다.
지브리에서 제작하여 1994년 일본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1967년 시작된 다마 뉴타운 계획과 관련된 내용이다. 너구리 일족은 도쿄 근처 다마산에서 아무런 일 없이 살아가고 있었으나 도쿄의 뉴타운 재개발 사업으로 삶의 터전인 다마산의 자연 환경이 파괴되어버린다. 인간의 개발로 좁아져버린 삶의 터전에서 2개의 너구리 일족이 패싸움을 벌이자 늙은 너구리 오로쿠 할멈은 '청군이든 홍군이든 어디든 져라. 숲이 없어진다. 숲이 없어져서 새끼를 낳아도 살 곳이 없다.'며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른다. 오로쿠 할멈 너구리의 노래를 들은 너구리는 단체로 정신을 차리고 고향인 산과 자연을 없애는 인간을 몰아내기 위하여 싸움을 시작한다.
강경파인 너구리 곤타는 젊은 너구리를 데리고 인간을 습격하여 상해를 입히고, 변신술이 뛰어난 너구리는 사람으로 둔갑하여 환경보호단체 행세를 하며 산의 개발을 막는다. 너구리 무리는 일부러 산사태를 일으키고 유령 행세를 하며 산에서 인간을 몰아내려하지만 인간의 난개발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산을 가로지르는 도로때문에 로드킬을 당하는 너구리가 늘어난다. 오히려 인간으로 변한 여우가 너구리 무리를 찾아와 인간으로 변신하여 인간으로 취업을 하면 목숨은 건질 수 있고 종족이 멸족하지 않는다고 너구리를 꾀어낸다. 너구리와 여우의 땅을 침범한 것은 인간이지만, 목숨을 건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것도 너구리와 여우가 되어버린 것이다.
산을 깍고 너구리와 여우가 인간으로 변신하여 인간으로 살게 만들고, 토끼와 족제비가 없어지게 만든 다마뉴타운 개발 사업은 2018년에는 인간이 없는 유령 도시가 되고 말았다. 자연을 파괴하고 비인간동물을 모조리 없애버린 후 다시 인간까지 없어진 도시가 되어버렸다.
한국은 어떤가? 이미 서울시내에서 여우는 물론 족제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어쩌다가 도시 내에서 발견한 토끼는 초등학교에서 키우다가 버린 것으로 확인되었고, 창덕궁과 종묘 어딘가에 너구리가 살고있다고는 하지만 자연적인 일은 아니다.
현재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출산률을 전세계 최하위다. 환경을 파괴하는 재개발을 지속한다고 고령화가 늦춰지고 출산률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동물이 잘 살기 위해서는 비인간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인간동물은 늘 경제성장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지만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성장지향 경제활동은 이미 벽을 만나버렸다. 경제성장을 위한 개발이 아닌 다같이 살기 위한 회복의 시간과 방법이 필요하다.
글쓴이: 나윤
동물이 좋아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동물이 좋아 비건이 된 사람. 동물 중에서는 대동물을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