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아 Jan 18. 2024

27살 직장에서 퇴사 후, 스냅작가가 되었다.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할 예정입니다.

 2N살에 직장에서 퇴사 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는 진부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가 될 줄 몰랐다는, 더 진부한 말로 첫 페이지를 시작해보려 한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왜 갑자기 스냅작가를 하기로 했어?"라고 물어보는데 사실 생각보다 멋들어진 이유는 아니었다.


 "매니저님은 정규직 전환에 대해 생각 있어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팀장님과의 1대 1 면담에서 실제로 나눈 이야기다. 1년 계약직으로 들어간 회사였고, 2년을 채운 뒤 정규직 전환이 될 수도 있는 자리였다. 솔직히 모르겠다는 답변은 솔직하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이 회사를 다닐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행위 자체가 행복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 또한 다를 바 없이 그런 대부분의 사람에게 속했다.


 상사가 시키는 일을 겨우 처리하기에 급급했던 하루하루, 이 자리에 오늘 당장 누군가 온다 해도 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업무들, 흥미가 없는 상품을 팔기 위해 짜냈던 신박하지 못한 마케팅 아이디어... 등등 내가 이 회사에서 필요한 인력이 아님을 매일 느끼며 괴로웠던 시간이었다. 겨우 1년을 버티고 퇴사를 한 후, 실업 급여를 받으며 반년 정도를 쉬었다. 불안감을 동반한 꿀 같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취업을 하기 위해 수백 개의 공고들을 확인하다가, 문득 낭떠러지 끝에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회사로 돌아가는 건 그 낭떠러지로 스스로 한 발자국 내딛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워졌다. 나는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일 것만 같았다. 채용 공고 사이트를 차마 닫지 못한 채, 카페에 홀로 앉아 가만히 생각만 했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나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삶에서 가장 중요한 1순위는 무엇인지...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적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분명 답은 존재하지만 그 답을 찾는 건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위와 같은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평소처럼 핸드폰을 보는데, SNS에서 커플 스냅사진을 보게 되었다. 어느 영화의 스틸컷 같은, 남녀 주인공의 따뜻한 순간이 담긴 사진이 눈이 아닌 마음에 먼저 닿았다. 찍힌 사람도, 사진엔 보이지 않는 찍은 사람도 분명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3초, 그 짧은 시간에 나는 스냅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앞으로 천천히 풀어나갈 생각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냅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후 바로 카메라를 구매했고,

때마침 팔로우하고 있던 작가님이 스냅 클래스를 오픈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했고,

클래스를 들으면서 인스타그램을 만들었고,

인스타그램을 만든 지 한 달 만에 팔로워 천명이 되었고,

마침내 사업자 등록까지 하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이 두 달 만에 일어났다. 2023년 12개월 중 그 2개월 빼고는 기억이 흐릿해질 정도로 내 삶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는 게, 어느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회사가 지옥 같았던 평범한 직장인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한 스냅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