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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May 07. 2024

게하 스탭으로 위장 취업한 스냅작가의 부산 출장기 3

부산 출장 마지막 이야기

 부산에서 커플과 웨딩 촬영이 있는 날이 금방 찾아왔다. 무사히 촬영 장소 컨택을 마치고, 촬영 당일에 먼저 가서 다시 한번 더 천천히 둘러봤다. 촬영 전날까지만 해도 비소식이 있었는데 다행히 촬영 당일에 날씨가 맑았다. 벚꽃은 눈치가 없었지만 대신 하늘이라도 눈치를 챙겨줘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오전에 첫 번째 커플 팀과 촬영을 시작했다. 첫 번째 예약팀은 부산 스냅을 오픈하기 전에도 한번 문의를 주신 적이 있었는데, 사시는 곳이 포항 쪽이라서 문의만 주시고 예약은 진행하지 않으셨다. 감사하게도 내가 부산 스냅을 오픈하자마자 제일 먼저 예약을 해주셨다. 내 스냅 계정의 팔로워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팔로우를 하고 계셨다는 얘기를 해주실 때 약간 눈물 차오를 뻔한 파워 F.. 

 개금동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잠시 혼자 쉬는 시간을 가진 뒤 웨딩팀을 만났다. 웨딩팀은 장소 2곳, 착장 2벌로 촬영이 진행되어서 개금동에서 캐주얼한 커플룩으로 촬영을 한 뒤 대저생태공원으로 이동했다. 촬영 전에 대저생태공원을 답사했을 땐 그저 푸른 풀밭이었는데 촬영 당일에 가보니 그 풀밭이 전부 유채꽃밭이 되어있었다. 커플 분들의 차를 함께 타고 이동하면서 뒷자리에서 계속 감탄을 남발했다.(유채꽃 센스 뭔데..) 웨딩팀도 장소가 예쁘다며 엄청 만족해하셔서 그제야 식은땀을 말릴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스냅을 오픈한다는 게 나도 모르게 엄청난 부담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모든 팀들과 다 즐겁게 촬영했고, 예쁜 사진들을 남겨드릴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스냅작가를 시작하면서 재밌는 일들도 많이 생겼고, 크고 작은 보람들도 매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이 필요했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보람과 성취감, 그것들이 내 자존감을 채우는 요소였음을 퇴사를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제야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했지만, 나는 내 사진을 좋아했고,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을 사랑했고, 내가 찍어준 사진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애정했다. 아니, "했다."가 아닌 "한다." 현재진행형의 감정이 오래도록 현재에 머물도록,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지.




 부산 출장 온 스냅작가의 일은 끝이 났고, 다시 게스트 하우스 스탭으로 돌아갔다. 10시부터 오픈하는 게스트 하우스 바에 가서 일을 조금씩 돕고, 바에 둘러앉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다. 게하 바는 미대 출신인 사장님께서 직접 인테리어를 했다고 들었다. 숙소 외관은 약간 와르르 맨션처럼 생겼는데(?) 바 인테리어는 다른 건물에 와있는 것처럼 진짜 기깔난다. 큰 빔프로젝터 화면도 있어서 각자의 신청곡도 한곡씩 틀어주시는데, 매일 오는 사람들이 다르니까 그날마다 게하의 분위기도 다르다. 내가 좋아했던 분위기는 조용하고 깊은 음악을 틀어놓고 그 정도 깊이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주말에는 40여 명 정도의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평일에는 10명 이하로 머물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소수의 사람들과 잔잔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그중 음악 스타일과 성격이 비슷한 몇 명을 만나 함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새벽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부산 여행 겸 출장이 끝나게 되었다. 내가 애정하는 부산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스냅 촬영까지 했던 행운 같던 그날의 시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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