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이렇게 예뻤던가?
평범한 직장인에서 인물 스냅작가가 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예쁜 구석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긴 것. 그것은 풍경과 인물 모두에 해당한다. 사진을 찍기 전에는 사실 나를 둘러싼 배경의 변화에 관심이 없었다. 집 앞 담벼락에 라일락이 피는 것, 여름이 시작될 때의 나뭇잎 색은 아주 연한 연둣빛이라는 것, 이 시간대에 가장 노릇한 햇빛이 새어든다는 것 등 카메라를 들고나서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요즘에는 집 앞을 지나다가도 '이 담벼락이 이렇게 예뻤나? 여기 밑에 사람이 쪼그려 앉기 하면 예쁜 사진이 나오겠는데?'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인물을 찍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뷰파인더로 그 사람을 계속 들여다보면 어떻게 웃을 때가 예쁜지, 어떤 각도가 이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지를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의식적으로도 찾게 된다. 보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예쁘게 만들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촬영할 때 그 사람의 가장 예쁜 구석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쁜 구석을 들여다보는 직업을 가졌다는 건, 꽤나 행복한 일이다. 무채색이던 내 일상이 언제부터인지 다채로워졌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날 때에도, 거리를 지날 때에도 요즘은 한순간도 무심할 수 없다. 그리고 이내 그 초점은 나에게로 향한다. 나의 예쁜 구석을 서툴지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들기 전, 못하는 것 투성이었던 나는 제법 잘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오늘 문득 내 세상이 흑백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짧게나마 글을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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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한 잔 마시긴 했는데, 취해서 쓰는 글을 아님을.. 슬쩍 고백하면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