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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ul 28. 2024

장마철 야외 촬영을 어떻게 하냐면요..

그냥 젖습니다. 다다 젖습니다.

 겨울에 스냅 작가를 시작하게 되면서, 야외에서 촬영하다 보니 날씨가 제일 변수일 때가 많았다. 겨울엔 추위가 문제고, 여름엔 당연히 더위가 문제겠지..라는 단순한 생각뿐이었는데 막상 여름이 되어보니 가장 문제인 건 장마였다. 

 고객님들은 비가 온다 하면 대부분 야외 촬영을 꺼려한다. 어쩌다 한번 각 잡고 촬영하는 건데 당연히 맑고 화창한 날씨에 하고 싶을 수밖에 없으니까.. 다만 날씨는 내가 어떻게 타협해 볼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을 한 두 번 변경해 보다 계속 비가 내린다 하면 어쩔 수 없이 우중 촬영을 진행하게 된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남자친구 연락처럼 예보를 애틋하게 자주 확인해도, 촬영 시작하면 안 온다던 비가 오기도 한다. (진짜 요즘 날씨는 비위를 맞출 수가 없다 이 말이야..)

 

 작가의 입장으로 우중촬영이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명확한데, 좋은 점부터 말해보자면 사진에 우중 특유의 분위기가 독보적으로 담긴다. 비 오는 날 투명우산을 들고 있기만 해도 일단 60점은 확보한다. 우산을 내던지고 뛰어논다면 아주 쉽게 100점짜리 사진에 도달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좋은 점이라면, 우중 촬영을 아주 오래도록 기억 깊숙이 남을 추억이 된다. 비를 가려주는 그 무엇도 없이 빗 속을 뛰어다니다 보면 잠시 현생을 내려놓을 수 있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안 좋은 점이라면 카메라가 잠시 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 최근에 여러 번 우중 촬영을 진행했는데, 역대급으로 비가 많이 오던 날 카메라가 전원이 고장 난 적이 있었다. 우중 촬영이 무서운 적은 없었는데 한번 카메라가 그렇게 되고 나니, '아 이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면 촬영을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다. 카메라가 고장 날 위험만 아니라면 나는 개인적으로 우중 촬영이 좋은 편이다. 어느새 자라 비 한 방울 맞기 싫어하는 어른의 모습을 잠시 감춰볼 수 있는 시간이니까. 


 어쩌다 보니 7,8월은 예상치 못한 장마철 때문에 일정이 뒤죽박죽 엉키게 되었다. 이런 경험 또한 내년을 준비할 때 엄청난 에피소드와 데이터가 될 테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1년을 채워가는 스냅작가는 분주히 차곡차곡 여러 이야기들과 경험을 쌓는 중이다. 예상치 못했던 위기들은 다음에 그 반대의 방향으로 가면 되니, 어떻게 보면 성공의 한 면을 알게 된 것이기도 하다.


이것 참 럭키비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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