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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2시간전

24년도 상반기 촬영이 끝나고 돌아보니

인생 최고로 열심히 살고 있나 봐요.

 "얘들아 나 스냅작가 해보려고"


 작년 10월 어느 날, 퇴사 후 6개월째 백수로 살던 내가 갑자기 친구들에게 한 말이었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단어는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목표를 세워도 몇 번 시도해 보다 금세 마음을 접곤 했던 내가 20대 후반이 되어 불안정한 미래에 인생을 베팅한다는 건 도전보다는 모험에 가까웠다. 혼자 조용히 준비하려다가, 제일 믿는 사람들에게 일부러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야 도망치지 못할 것 같아서, 아니 도망치지 않을 것 같아서.

 스냅작가가 되고 싶었던 건 그저 지금보다 조금만 더, 아주 아주 조금만 더 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당장 내가 여기에 없어도 누군가 내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나를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냥 이렇게 적당히 살면 되나?', '내년은? 5년, 10년 뒤에는? 나는 여전히 이렇게 살고 있으려나' 생각을 하니 또다시 회사로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스냅작가를 선택한 건 도전이 아닌 도피였을지도 모른다.

 우연히 본 커플스냅에서 찍힌 커플도, 보이지 않지만 찍은 사람도 행복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스냅작가가 하는 일을 천천히 생각해 봤을 때 어느 정도 내 성격에 맞을 것 같았다. 나는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지금껏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다는 평을 얻었고,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는 돌아다니는 것이 좋았고,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시간을 쓰고 싶었다. 무엇보다 평소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찍히는 것보다 찍어주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나에게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취감, 보람이었는데, 내가 촬영한 사진을 받고 좋아한다면 안 봐도 뻔하게 그것들은 따라올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스냅 계정을 만들었던 24년 11월 말부터 현재까지 난 거의 하루도 쉴 틈 없이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물론 열심히 살았다는 것엔 노는 것도 포함이다.) 12월에는 지인들을 촬영했고, 1월에는 무료 이벤트를 열어서 이벤트팀을 촬영했고, 처음으로 유료 문의를 받았다. 그리고 이번주에 24년도 상반기 촬영을 마무리했다. 돌아보니 100팀이 넘게 촬영을 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어느덧 올해 목표였던 5천 명을 벌써 넘게 되었는데, 딱 5천 명이 넘는 순간에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ㅆ다. 나는 살면서 세운 크고 작은 목표들을 대부분 이뤄보지 못했었는데, 스냅사진을 시작하고 나서는 차근차근 하나씩 다 이뤄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벅차올랐나 보다. 나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실패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구나, 드디어 스스로에게 조금은 떳떳한 삶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새로운 목표들을 떠올리는 중이다. 내년, 5년 뒤, 10년 뒤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 삶이 행복하다. 해보지 않았다면 평생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인생에서 수많은 시작이 있고, 그중에 대부분이 실패로 끝난다고 할지라도, 한 번은 성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시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무모하게 도전한 작년의 나에게 오늘은 칭찬을 해주고 싶어서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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