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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책 Jul 07. 2023

나의 책방 많관부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중 <젊은 근희의 행진>을 읽고

  매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수상작품집 중에 제일 내 눈에 띈 수상작은 이서수 작가의 <젊은 근희의 행진>이었다. 요즘 관종에 대한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관종이란 무엇인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병적인 상태를 이르는 신조어. 관종. 관심종자. 관심병자.

     

  강하와 나는 홍대 근처의 십오 평짜리 빌라를 매수해서 살던 중, 엄마가 매수한 연남동 집에 계약기간이 남아 셋은 함께 살게 되었다. 유튜브 방송을 하는 동생 근희가 전화를 안 받아 걱정하는 엄마 때문에 찾으러 갔다. 혼자 사는 집에 핸드폰을 두고 사라진 오근희. 낯선 번호가 연속으로 보여 전화를 해보니 경찰서에서 근희가 인스타 사기 피해자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태권도 학원 원생들에게 손편지를 써주는 자상한 강하는 오근희에게 대뜸 편지를 쓰라고 말했다. 편지 쓰면 화가 좀 가라앉는다고. 편지는 뜻밖에 엄마가 쓴다. 근희에게 쓴 엄마의 편지가 압도적이었다. 착한 언니, 문희한테 용서를 빌면 문희가 다 해결해 줄 거라고. 엄마도 사기당한 적이 있다고. 자기 전에 아직도 기도한다고. 곗돈 들고 날랐던 여편네 집안 삼대가 죽지 않을 만큼 불행하게 해달라고. 편지 한 장으로 두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엄마. 최고다.

  우편함에 오근희에게서 온 편지가 들어 있었다. 자신의 관종에 대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언니는 모른다고. 관종도 직업이 될 수 있는데 그걸 모르는 언니는 꼰대라고. 그리고 이 편지에서 알게 되었다. 언니가 커밍아웃을 하고도 가족들에게 변함없이 신뢰를 받고 있다고 하는 부분에서, 이 편지를 읽을 때까지 나는 강하가 남자인 줄 알았다.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고 중성적인 이름인 강하라 당연히 남자인 줄. 내 고정관념을 비웃으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템플스테이가 끝나면 돌아간다고. 사기당한 건 정말 미안하다는 편지를 읽고 근희의 방송에 달린 악플을 모조리 다 읽기 시작했다. 나는 악플러 못지않게 댓글을 쓰려다가 근희가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댓글을 달았다. -나의 동생 많관부.  

    

  관종이 되어야 하는 세상이다. 근희의 편지대로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 탓이다. 매력 자본도 없으면서 나는 책방을 운영하다 점점 관종이 되어가고 있어 근희의 편지가 남 일 같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책 소개를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사에 모집을 잘할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많은 책방 중에서 눈에 띄어야 했다. 내향형인 나에게는 맞지 않는 일이다. 책을 읽어주고, 책에 대해 말하는 방송을 하는 북튜버 근희가 내심 부럽다.

      

  손편지를 써주면 뭐하나. 아이들은 이미 이 시대의 충실한 구독자가 되어버렸는데. 어른들을 훨씬 앞질러가버렸는데. 구독자 수가 권력이 된다는 걸 알고 있고. 그 권력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어른보다 잘 아는데. (174쪽)  

   

  악플. 달린 적이 있다. 도서정가제 관련 글을 썼다가 그래서 망할 시장이라면 망하라는 악플이 달렸다. 읽고 분해서 바로 지웠다. 그리고 평점. 현재 내가 운영하는 책방의 네이버 평점은 5점 만점에 4.67점이다. 평점은 왜 남겨야 하는 시스템인지 사실 의문이다. 후기. 책방을 찾은 사람들은 SNS 후기를 남기는데 꼭 좋은 내용만 쓰는 건 아니었다. 이런 것들은 다 권력이 되고 있다. 넓어지는 세상에 나는 점점 좁아진다.  

    

  어쩐지 졌다는 심정으로. 나의 동생 근희와 관종 오근희를 바라보는 이 세상을 향해.

  -나의 동생 많관부

  나의 동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87쪽)     


  <젊은 근희의 행진>의 마지막 부분이다. 근희에게 달린 악플을 읽고 동생을 부탁한다는 댓글에 왜 졌다는 심정이 드는지 알 것 같다. 내 동생을 욕하는 권한은 나한테밖에 없다는 문희가 이해되지만, 근희는 악플을 다 보고도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었다. 관종인 근희의 행진은 꼰대인 문희의 행진과 명백히 다를 것이다. 

  나 또한 어쩐지 졌다는 심정으로. 나의 책방을 바라보는 이 세상을 향해. 나의 책방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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