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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rie Sep 23. 2021

모더나 백신 1차 접종 후기

여전히 네가 싫지만 공생해야 한다면


코로나 백신 1차 접종률이 70%를 넘어가고 있는 이 시점, 나도 드디어 1차 접종을 맞았다. 원래 27일로 예약되어 있었지만 앞당길 수 있다는 연락이 와 17일로 앞당겨 버렸다. 이왕 맞을 매, 얼른 맞아버리자는 생각으로.


사실 지금은 이렇게 쿨하게 말하지만 맞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다. 워낙 부작용 사례도 많았고, 심지어 사망 사고가 뉴스에서도 연달아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마스크는 벗을 수 없고, 당연히 백신을 맞았다고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외부 생활이 많지 않은 프리랜서 특성상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17일 직전까지 취소 문제를 두고 갈팡질팡했지만 결국 나는 맞기로 했다. 만약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다면 나는 또 이와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 시간들이 아까웠고, 부작용 사례를 찾아다니며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아 반쯤은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본격적인 후기를 들려드리기 전에 한 가지만 꼭 말하고 싶다. 백신 접종은 절대 강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조건 개인의 선택이어야 한다. 맞든, 맞지 않든 그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존중되어야 할 각자의 권리다.


나는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여전히 백신을 완전히 믿지는 못한다. 그러니 선택이라는 명목 하에 그 어떤 사회적 불이익도, 압박도 가해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작용은 아주 미미한 확률이라고 하나 내게 오면 100%가 되는 것이고, 만약 그럴 때에 아무도 나의 몸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내 친구는 괜찮았으나 나는 괜찮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본인이 괜찮다고 옆 사람에게 백신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는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1년 9월 17일. 백신 접종 당일.


예약 시간은 다섯 시로 잡혀 있었다. 오전부터 괜히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커피를 내려 마셨고, 책을 읽었고, 영어 강의를 들었다. 또 엉망인 초고를 퇴고했고, 브런치에도 <가끔 좋은 사람>이라는 글을 계획대로 올렸다.


그다음엔 내가 좋아하는 불초밥을 시켜 먹었다. 사실 요즘 다이어트를 하느라 음식을 부실하게 먹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접종을 맞기 전엔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 망설임 없이 시켰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합리화였던 것도 같다.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샤워를 했다. 백신을 맞으면 당일에 샤워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백신 맞으실 분은 이 부분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샤워는 꼭 접종 전에!


그다음엔 슬슬 병원으로 향했다. 집에서 병원까지 걸어서 15분가량 걸렸기 때문이다. 비도 가랑비처럼 내리고 바람도 을씨년스럽게 불어서 마음이 더 심란했다. 가는 길에 우산 하나를 부셔 먹어서 더 짜증이 났는지도.


병원 바로 옆에 있는 약국에서 미리 타이레놀을 구입하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접종 대기자들이 있었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예약 성공을 한 터라 제일 마지막 순서였다.


병원에 도착해서야 내가 맞게 될 접종이 ‘모더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약 홈페이지에선 ‘화이자 또는 모더나’라고만 나와 있었기에 전혀 몰랐다. 그날 1차 접종을 맞는 사람은 모두 모더나라고 했다.


사실 은근히 화이자를 맞길 바랐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일본에서 모더나를 접종하고 머리가 모두 빠진 여성분의 기사를 접했었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 화이자가 부작용이 적다는 소문도 있었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내 팔엔 모더나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그 상태로 문진표를 작성했다.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던 터라 알레르기 증상이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앉아서 20분가량 기다리니 내 차례가 되었다. 화이자를 맞은 우리 가족은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별 느낌이 없었다고 했는데 난 아니었다.


맞는 순간 그 부위가 뻐근해졌다. 왠지 모르게 팔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주사 중 제일 아팠던 파상풍 주사와 맞먹을 만큼의 위력이었다. 얼얼한 감각은 지속되었다.


병원에서 15분 대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분 때문인지 몽롱하고 미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걱정보다는 증상이 약해서 저녁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하지만 진짜는 밤에 시작되었다. 이게 나만 느낀 부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심한 갈증이 느껴졌다. 500ml 생수를 몇 통이나 마셨는지 모른다.


미열은 점점 고열로 변했다. 몸이 군데군데 울긋불긋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오한이 느껴져 온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했다. 당연히 두통도 동반되었다. 평소 편두통이 잦아 적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차원이 다른 두통이었다.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는 느낌?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스꺼움도 시작되었다. 저녁을 먹은 게 후회될 정도였다. 헛구역질이 계속 올라왔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근육통이었다. 팔을 조금도 들지 못했고, 실수로 그 방향으로 누우면 화들짝 놀라 잠을 깰 정도였다. 뒤척거리느라 잠을 설쳐야 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통증이었다. 누군가에게 팔만 집중적으로 구타당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첫째 날은 타이레놀을 발명해준 회사에 감사하며 겨우 버텨냈다.




2021년 9월 18일. 백신 이틀째.


원래 백신은 하루가 지난 후 증상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지레 겁을 먹었다. 첫째 날이 이렇게 심했는데 둘째 날은 어떻게 되는 거야?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자고 일어난 직후엔 의외로 괜찮았다. 그냥 약한 몸살이 있는 느낌? 아침 루틴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백신 후기를 올리기 위해 그동안의 증상을 정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다시 열과 두통이 시작되었다. 타이레놀을 먹고, 죽은 듯이 잠만 잤다. 오한과 무기력이 몸을 덮쳤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늦은 오후가 되자 다시 컨디션이 돌아왔다. 원래 이렇게 증상이 왔다 갔다 하는 거야? 하여튼 코로나, 마음에 안 드는 놈이다.


그동안 일하느라 보지 못했던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정주행 했고, 저녁엔 샤워까지 할 수 있었다. 물론 팔은 들지 못해 거의 한 팔로 씻느라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그 때문인지 오한이 심해져 바로 몸져누웠다. 근육통은 여전히 극심했다. 어디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약간의 알레르기 증상이 올라왔다. 목이 까끌까끌하며 침 삼키기가 힘들었다. 마치 새우를 먹었을 때처럼.


둘째 날 밤도 타이레놀을 먹고서 잠이 들었다.




2021년 9월 19일. 백신 접종 사흘째.


아침에도 미열과 무기력이 지속되었고, 왠지 모를 우울함이 심해졌다. 익숙한 우울함이었는데 이게 접종 때문인지 내 우울증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당연히 기분은 쭉 안 좋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열과 두통이 더 심해졌고, 팔은 어제보단 위로 들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잘못 움직이면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팠다.


오후 7시쯤엔 괜찮아지기에 넷플릭스를 보며 편하게 있었지만, 밤이 되니 다시 열과 메스꺼움이 시작되었다. 증상의 정도가 응급실 갈 정도가 아니고 은근히 스멀스멀 올라오는 터라 더 짜증이 났다.




2021년 9월 20일. 백신 접종 나흘째.


역시나 자고 일어난 직후엔 괜찮아졌다. 근육통은 역시 확연히 좋아졌다.


약간의 무기력, 약간의 미열, 약간의 오한, 약간의 두통이 있었지만, 타이레놀을 먹으니 기본적인 활동은 가능했다.




2021년 9월 21일. 백신 접종 닷새째.


평소와 비슷한 경도의 두통이 있어서 타이레놀 두 알을 먹었다.


그러나 컨디션은 거의 회복되었고, 차례도 어려움 없이 지냈고, 그 후엔 가까운 곳으로 가족 나들이도 떠날 수 있었다.


닷새째, 드디어 백신 부작용에게서 해방된 것이다! 지긋지긋했지만 그래도 얻은 것도 있었다. 엄두가 안 나던 ‘슬기로운 의사 생활’ 정주행을 끝냈으니. 석형이가 너무 귀여웠다. 정말.




이렇게 약간 유난스럽고, 길었던 나의 1차 접종 후기는 끝이다. 다행히도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심근염 등의 부작용은 없었다. 물론 탈모도 없었다.


다만 며칠 동안 일을 못 하고, 생활하는 것이 다소 불편했을 뿐이다.


가장 대중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근육통, 두통, 열, 매스꺼움, 몸살기, 오한, 무기력 등이니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았다.


아무튼 그리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으니 항체가 생기기를 바란다. 백신은 1차보다 2차가 더 힘들다고 하니 겁이 나기도 하지만 이왕 맞은 거 끝까지 맞아야지.


얼른 코로나가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회가 다시 활발해지고, 경제가 살아났으면 좋겠다. 방역 수칙을 지키느라 너무 많은 청춘들이 낭비되고 있다. 누군가의 기회가, 즐거움이 질병에 잠식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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