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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로네 Oct 29. 2023

떡볶이 조기교육의 힘

함께 좋아하는 것이 하나씩 늘어가는 기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예전에도 지금도 떡볶이다. 대한민국 (특히 여성) 국민으로서 조금 식상한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나, 학교앞 컵떡볶이부터 국물떡볶이, 즉석떡볶이나 로제떡볶이 등 거의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너무 매운 음식은 피하는 편이라 마라떡볶이 등은 예외) 남편도 떡볶이를 참 좋아하는 편이라 신혼 시절엔 거의 매 주말 한 끼는 떡볶이를 먹다시피 했다.


내가 탄수화물을 멀리하면서,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식사를 준비하면서 떡볶이가 식탁에 오르는 횟수는 확연히 줄었지만, 가끔 매운 음식이 땡기는 날엔 떡볶이를 준비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는데, 옆에서 혼자 소고기와 밥, 반찬이 담긴 식판을 받은 아이가 내 떡볶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떡이지? 맛있겠다.” (아이는 떡을 아주 좋아한다.)

“맞아. 맛있는데 조금 매워.”

“나도 알아! 그런데 우리반 ㅇㅇ이가 떡 볶이 먹어봤대. 조오금 맵지만 먹을수 있었대!”

“앗 그래? 먹어보고 싶어?”

“응!”


정말 매운 맛이 없는 음식도 맵다며 뱉어내던 아이라 떡볶이를 먹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의 떡볶이는 양배추가 가득 들어 기대보다 훨씬 덜 맵고 달달하게 만들었으니 괜찮을지도 - 하는 생각으로 양념이 거의 없는 가장자리쪽 떡을 조금 잘라주었다. 입에 넣고 가만히 음미하던 아이는 얼굴을 찌푸리지도 않고 “별로 맵지 않고 맛있네!” 하며 꿀꺽 먹는다.


친구가 먹었다고 하니 센 척해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했는데, 물을 찾지도 않고 오히려 계속 더 달라며 여러 개를 더 먹은걸 보면 정말 괜찮았나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늘었다니, 아이가 한 뼘 더 큰 듯한 느낌에 새삼 가슴이 뭉클해졌다. 떡볶이 먹이면서 너무 감성적이 되는건 아닌가 싶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와 잠들기 전에 이야기하는 시간. 오늘은 아이가 태어나던 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애플이가 태어나는 날이 되자 엄마는 배가 이이만큼이나 커졌었어.”

“으하하하”

“애플이가 뱃속에서 ‘엄마 나 나갈래!’하고 똑똑 두드리더라구!

근데 아이를 낳는 건 정말 힘든 일이거든? 그래서 병원 가기 전에 엄마가 무얼 먹었는지 알아?“

“뭘 먹었어?”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거”

“떡볶이?”

“맞아! 그랬더니 힘이 나서 엄마가 애플이를 금방 낳을 수 있었지.“

“그런데에! 엄마가 떡볶이를 먹으면 나도 연결되서 떡볶이를 먹게 되잖아.” (책에서 탯줄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아 그러네! 그래서 애플이도 힘이 나서 금방 나왔구나? 애플이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먹어봐서 지금도 매운 떡볶이를 잘 먹나봐!”

“그런가봐!”


같은 시간을 살게 된지 이제 만 4년이지만, 너와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이 나는 꽤 기대된단다.

나를 엄마로 만났다는 이유로 너는 내가 소개하는 세상을 접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전부는 아니더라도 나의 세상이 부디 조금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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