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마로네 Oct 10. 2023

9월의 이모저모


얼레벌레 10월을 열흘이나 보내고 나서야 겨우 쓰는 9월 이야기. 심지어 제목도 10월의 이모저모로 썼다가 겨우 깨달음.

 



밀린 일기를 쓰는 입장에서 이런 말은 조금 이상하지만, 글쓰기에 나름 열중했던 한 달이었다. 고양이를 떠나 보낸 날의 슬픔은 이전보다 무뎌졌지만, 여전히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할 때마다 눈물을 삼켜야했다. 생각하지 않으면 잊은 것 같아 미안하고, 떠올리려고 하면 가장 사랑했던 존재를 생각할 때마다 슬픔에 잠식되는 기분이라 힘들었다. 그러다 얼마 전 유퀴즈에서 이준혁 배우님이 떠난 반려견을 추모하며 게임과 책을 만들었다는 게 생각나, 망고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웃으며 잘 보내 주어야지.




몇 년전 일명 ‘키토제닉 다이어트‘라 불리는 탄수화물 제한 식단을 시작하면서 몇 키로를 감량한 적이 있었다. 큰 숫자는 아니지만 키가 크지 않은 지라 ‘약간 통통’에서 ‘보통-마름‘ 정도로 보이는 꽤 의미있는 변화였다. 그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도 느슨한 식단을 지속하면서 이럭저럭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야금야금 숫자가 올라가 돌아가지 않는다. 이렇게 변동이 있을 때는 다시 탄수화물과 당을 철저히 제한하면 금세 돌아간다는 것을 알지만, 직장인과 육아인(?)으로서 쉽지는 않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며칠에 걸쳐 아이가 많이 아팠다. 기관에 다닌 이후로 감기야 일상이지만 이렇게 고열이 오래 지속된 것은 처음이었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열 때문에 땀띠가 온 몸에 퍼져서 긁느라 또 잠을 못 이루는 엉망진창의 나날이었다. 축 쳐져서 나한테 기대고 있는 아이를 보면 팔다리가 이렇게 길쭉길쭉해 졌는데도 아직은 영락없는 아기구나 싶다. 이래놓고 조금만 더 크면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양 굴겠지. 그 모습을 보면 세상 우습고 귀여울 것 같기도 하고, 벌써 섭섭한 기분도 들고. 한 인간을 키워내는 일은 이렇게도 어렵다.




시어머니 덕분에 원래도 시장표 음식으로 차리기만 하는 차례 빼고는 일이 없는 명절이지만, 아이도 있고 친척들 왕래도 적어지면서 차례도 없어져 말 그대로 연휴가 되었다. 게다가 시가에서 며칠 아이를 맡기라고 하셔서 거의 한 달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만 끝없이 하며 보냈다.

결국 질문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가 되었고, 아이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 그러니까 6-7년 만에 - 야구장에 다녀왔다. 아이와 함께 야구장에 몇 번 가보았고 나름 괜찮았지만, 아이 시중드느라 경기도 보는둥마는둥, 좌석을 구매해도 내 무릎 위에 거의 앉아있는 아이 때문에 응원은 시늉만 했다. 간만에 응원석 앞에서 내내 일어나 목청껏 응원가를 외치는 기분이 정말 상쾌했다. (마침 경기도 시원하게 이겨서 더욱 좋았다!) 사실 콘서트나 영화도 보고싶었지만 명절이라 적절한 게 없었던 터라, 하루는 핫플레이스에서 내 사진도 여러 장 찍고 낮 맥주도 마시며 보냈다. 아기자기 참 좋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어느새 아이가 없는 우리의 시간은 물 빠진 색깔 옷처럼 허전하고 아쉽구나.


그래도 자부타임은 언제나 좋다 :)



매거진의 이전글 8월 이모저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