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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로네 Nov 20. 2023

10월의 이모저모


본업이 바빠지니 가장 소홀해지는 것은 역시 글쓰기와 독서.

11월도 절반 넘게 지났지만 쓰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남겨본다.




10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었다. 한참 월을 세는 데에 재미를 붙인 터라 각 달마다 있는 가족의 생일을 외워대고 있는 어린이는 9월 하순부터 “내일은 10월이야?” “빨리 엄마 생일 하고 싶은데!” 하면서 내 생일을 나보다 훨씬 더 기다렸다. 덕분에 별거 없는 생일이지만 꽤 미리부터 설레고 즐거웠다. 생일 전에 미리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같이 밥도 먹고, 당일에는 회사에서 일하다 저녁에 가족과 만나 간단히 밥을 먹고 케익에 초도 꽂아 불었다.

그전에는 미리부터 생일 선물을 골라두곤 했는데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크게 가지고 싶은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물론 소소하게는 계속 많이 사고있지만) 예전보다는 조금 담백하게 사는 법을 익히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평소답지 않게 며칠 전부터 케익을 주문했다는 남편 말에, 작년 생일에는 남편과 크게 싸우고 눈이 퉁퉁 부어 다음날 출근했던 게 갑자기 기억났다. 그에 비하면 확실히 평온한 날이었음에 분명하네. 따뜻하고 꽤 많이 웃었던, 괜찮은 생일이었다.




오랜만에 이틀 연속 필드에 다녀왔다. 일 때문이지만 상황이 잘 풀려 편한 사람들과만 한 팀으로 치기도 했고, 지난 필드 경험에서 드라이버가 워낙 안 맞으니 모든게 안되는 느낌이었던 걸 생각하며 드라이버 연습에만 집중한 것이 꽤 잘 통했다. 드라이버가 잘 맞으니 다른 사람들이 다 잘친다고 생각하고, 나 스스로도 자신감이 생겨서 기분이 좋으니 다른 것들도 비교적 잘 되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연습이 재밌다고 생각했고 필드는 재미있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고 힘들기도 했는데, 처음으로 진짜 재미를 조금 느낀 라운딩이었다. 그러고 나니 금방 겨울이 왔다는게 문제지만. 겨울에도 골프를 칠 수 있는 캘리포니아가 그립다. 꾸준히 더 잘하고 싶다.




주말마다 여기저기 아이가 좋아하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몇 달 전부터 집에서 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더니 점점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몇 번 만날 수 없는 환상적인 날씨의 주말인데, 매일 집에서 역할놀이와 책읽기 등으로 하루를 가득 채우는게 너무 재미있다고 하니 어쩔 도리없이 집콕하는 주말이 늘어났다. 겨우겨우 사정해야 집 앞 놀이터나 도서관에 잠깐 들르는 것이 전부인 주말.

아이와 노는 시간이 분명 좋고 귀엽고 행복하지만, 집에서 내내 주말을 보낸 일요일 밤과 월요일 아침은 유난히 축 쳐지고 허무한 기분이었다. 아이를 위해 재미있는 곳을 찾아다닌다고는 했지만 역시나 그것들은 아이보다 나를 위한 거였구나, 가끔은 힘든데 끌고 다닌 건 아닌지 조금 미안해졌다.

어느 점심, 회사 동료가 “요즘 사는 낙이 뭐야?”라고 해서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이 사진 찍는 거?”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주말마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새로운 공간에서 예쁜 옷 골라 입혀 놓은 아이가 노는 사진을 찍는 것이 실제로 내 일상의 꽤 큰 포인트였던가보다. 

퍽퍽한 워킹맘의 작은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부디 주 1회라도 외출을 허락해주시길 바라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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