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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로네 Feb 03. 2024

1월의 이모저모


새해를 맞아 매일매일 짧은 일기를 적고 있다. 덕분에 월간 결산이 조금 수월해진 느낌 :)






아이와 둘이서 제주도를 다녀왔다.

시내 호캉스는 몇 번 가보았는데 먼 여행은 처음이라 꽤나 긴장되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기억이 정말 많이 남았다. 남편보다 내 사진을 더 잘 찍어주고, 나와 함께 브런치 맛을 음미해주는 꼬마친구. 물론 수많은 고비가 있긴 했지만 각오한 바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의 고비였다. 둘이서 오는 여행 좋다, 또 와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아이는 오히려 아빠를 궁금해하고, 맛있는거 좋은거 볼때 아빠한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도 은근히 감동 포인트.

여행 다녀와서 너무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았어서, 이 여행 덕분에 올 한해가 잘 될거 같은 근거없는 믿음까지 든다 :)






평화롭던 어느 퇴근길, 현관문앞에 붙은 작은 쪽지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층간소음에 고통받고 있다. 참다못해 글을 쓰니 조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집에 이사온지 이제 1년이 조금 안되었는데, 우리는 다른 집의 소음을 별로 들은 적이 없어 ‘층간소음이 심한 아파트는 아니구나’하고 생각해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가슴이 두근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는 매일 아침 일찍 나갔다 저녁에 돌아와서 채 2시간도 놀지 않고 9시 반이면 잠드는데, 아랫집이 고통받는 소음의 진원지가 우리가 맞을까 의아하기도 했다. 일단 죄송하다 쪽지를 남기고, 아이용 슬리퍼를 샀고, 퇴근후 세탁기 사용도 그만두었다.

이제 아이가 조금만 빠르게 걸어가는 모습을 봐도 불안하다. 이걸로 끝이어야 할텐데.






휴대폰이 한번 제대로 망가져서 연락처며 사진을 몽땅 복구하지 못했다. 다른 것보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사진, 망고를 처음 데려왔을 때 사진이 없다는게 문득문득 슬펐는데, 컴퓨터에 언젠가 백업해놓은 사진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막 태어난 아이를 내 옆에 눕혀주셔서 얼떨결에 찍은 사진을 오랜만에 보는데 괜히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는 아이가 너무 빨리 나오고 쉬고싶어서 감동이고 뭐고 없었는데, 저 아이가 이렇게 열심히 컸구나 새삼 기특했다. 막 태어나서 못생긴 상태지만 앙 우는 모습에 지금 얼굴이 있어서 작게 웃었다.

아이가 태어난 달부터 거슬러 정리하고 있어 망고의 아기 시절까지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보고싶기도, 눈물이 날 것 같아 보고싶지 않기도 하다.






꾸준히 구독하고 있는 ’책발전소 북클럽‘ 웨비나 현장관람에 당첨되어 다녀왔다. ’행복의 기원‘이라는 이달의 책은 읽을 때도 좋았지만,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결 명쾌해지는 기분이었다.

많은 이야기 중 인상깊었던 것은 ‘최근 가족과 같은 strong-tie relationship보다 얕은 지인, 낯선 사람같은 weak-tie relationship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미국에서도 행복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워낙 가족 중심의 미국이어서인지 결국 행복은 가족으로 귀결되는게 조금 지겹고 식상했다. 요즘 평일에 겨우 한시간쯤 아이와 저녁시간을 보내며 ‘하루에 이 시간을 위해 난 사는 것일까?’하는 자조적인 생각도 자주 들었다.

가족과 같은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은 물론 행복을 주지만, 실제로 하루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그 바운더리 밖의 수많은 사람들이기에 그들과의 긍정적인 작은 상호관계들이 우리의 하루를 행복으로 차곡차곡 채워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인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 중 (내가 아는 사람 이외의) 타인에게는 냉정하고 때때로 무례하기도 한 한국 문화의 탓도 있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납득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한해의 목표를 다시 잡아본다. 친하지 않은 사람, 낯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호의적이기. 누군가에게 작은 행복의 불씨를 던져주는 사람이 되기.

내향인으로서 쉽지는 않지만, 내가 던진 행복의 씨앗이 또 나에게로 돌아올 거라 믿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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