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은 맛있는 냄새가 난다

음식과 행복의 관계에 대하여

항상 화요일 오후부터는 주말에 무엇을 먹는지 고민한다. 그냥 그 생각만으로도 좋다. 무엇을 음미하고 맛을 느끼는 일, 나에게는 바꾸고 싶지 않은 꽤 소중한 일이다. 시간이 흐르며 진짜 내 취향의 음식들이 생겨나고 그러한 음식들을 하나 둘씩 만들어 먹게 되는, 어떻게 보면 내 인생에 음식 성장기를 거치면서 나도 모르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에 매우 많은 것들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좋은 우니가 먹고 싶어 해산물의 성지라는 노량진에 새벽 출장을 다녀온 경험도 있었다. 다음날 출근을 하는데도 말이다. 어쨎든 돈과 시간을 쓴다면 그에 따른 기회비용이나 여러 기준을 대보며 따지기 마련인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그러한 것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뭐랄까 아주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대하는 느낌이랄까. 전혀 아깝지가 않다.

지난 좋은 음식들과 좋은 술을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면
주변에 꼭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만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물론 치열하게 혼자 즐기기 위한 자리도 있지만 역시 음식이 주는 행복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약간의 알코올로 더욱더 솔직해지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나누는 대화들이 좋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며 필요한 이야기들만 해야 하는 사회를 살아가며 그냥 흘러가는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그리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그 분위기가 썩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사회적이기 위한 반사회적인 준비운동 같달까.

그래서 결국 그러한 준비운동이 더 좋은 분위기와 대화의 흐름을 만들어주고
집에 갈 때 즈음 계산대 앞에 있는 거울을 보면 행복해져 있는 나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과 맛있는 술 그리고 함께한 좋은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Pairing On 이라는 음식 아카이빙 계정을 만들었다. 정작 노력하고 있는 건 음식 사진을 예쁘게 찍는 일이지만 그때의 냄새와 분위기를 기억하기 위해 입에 음식을 넣고 술을 들이키는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있다. 덕분에 앞으로 콘텐츠 핑계로 먹을 음식과 술 덕분에 행복하고, 꺼내보고 싶을 때 꺼내볼 수 있어 또 행복하다. 그리고 쌓여가는 기록들을 보며 나는 이미 행복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