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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욱 Mar 11. 2022

우린 그걸 아카이빙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기록이 아닌 아카이빙에 대하여

시간이 지나고 그 시간이 소중했다는 걸 느낄수록 기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새로운 것들을 보고 느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간단히 메모장에 느낀 것을 적곤 했다.   

그 순간에 느낀 것을 적는 게 포인트였다.   

길을 걷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회의하다가 심지어는 영화를 보다가도 스스로 울림이 있다면 밖에 나가서까지 메모장을 켜고 적으며 부분적으로 영화를 포기하기도 했다(참고로 필자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걸 매우 좋아한다). 그때는 그런 순간들을 마구잡이로 기록하는 것이 올바르고 생산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적힌 내 메모장은 이상하게도 술자리에서 자주 회고되었다. 새로운 기록을 하지 않을 땐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고 센치해지고 싶은 도구로 사용되었던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그 메모장의 역할은 ‘기록’이었지 ‘아카이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지금껏 내가 해온 기록들이 의미는 있을지언정
‘필요한 기록들인지’ 의문이 들었다.  


비록 생산적인 일만 해야 하는 세상은 아니지만 ‘생산적일 수 있는 일을 비생산적인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품은 물음이 생겼다. 그리고 내 메모장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순간을 기록하고 메모하지만 그 울림을 더 짙게 만들어주는 조그마한 에세이가 그 시작이고, [브런치]는 그러한 글들을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단어와 상황들을 기록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브런치]에는 보다 정돈되고 정리해서 기록하려고 애쓴다. 오히려 하나의 콘텐츠라는 생각으로 순간적으로 기록된 내용들을 다시 되짚어보며 로직을 찾고 가공해 꾹꾹 써 내려간다.   


[긁적]은 이렇게 생산적일 수 있는 글들을 꾸준하고 일정하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바란다. 분명 글이라는 건 혼자 쓰는 것이지만 SNS가 만든 사회에서 살아가는 필자에겐 글조차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혼자 쓰고 기록한 일들의 결과를 누군가와 함께했을 때, 그 일의 시너지와 당위성을 부여받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혼자 하지만 결코 혼자 하는 일이 아닌 [긁적]이 좋은 도우미 역할을 할 것 같아 기분 좋다 :)  


[긁적]을 통해 스스로 정돈된 기록을 하는 게 엄청난 스펙이 되진 않겠지만
흘러가는 것들을 능동적으로 마주하고 내면의 나와 눈을 마주치며
한 발치 떨어져서 상황을 정리해보는 일이 의미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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