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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이 Apr 20. 2021

15살 차이 나는 막냇동생들

이란성쌍둥이

"어머, 그럼 막둥이들은 큰누나가 업어 키웠겠네~"

"네, 정말 업어 키웠어요."

"그래도 자식 키우는 거랑은 또 다르지~ 자식 낳아봐."


그 말이 왜 그렇게도 서운했는지.


똥강아지들

막냇동생들은 미숙아로 태어나 천식을 달고 산다. 쌍둥이들은 대체로 미숙아로 태어나는데, 미숙아에게 가장 약한 장기는 폐다. 그래서 막냇동생들은 입원을 밥먹듯이 하여, 소아과 병원의 단골손님이었다.


엄마는 돈을 벌어야 하기에 내가 대신 동생들을 돌볼 때가 잦았다. 그 좁은 병실에서 지내다 보면 별의별 일들을 보고 겪게 된다.


하루는 하교하자마자 동생들을 보러 교복을 입은 채 병원으로 향한 적이 있었다. 지독한 병원 냄새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울어대는 아이들을 보자면, 속이 답답했다. 하지만, 동생들을 볼 수 있으니, 가벼운 걸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날도 병원에 들러, 동생들과 놀아주고 있었다. 종일 답답한 병실에 갇혀있는 게 안쓰러워, 로비로 내려가 쌍둥이를 내 허벅다리 하나씩 차지해 앉혀놓고 한참을 놀아줬다. 멀리 보이는 안전문이 열렸다 닫히며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달달한 뽀로로 음료수를 사주기도 했다. 유모차에 태워 한 바퀴 돌기도 하고, 폴더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놀고 있던 중, 모르는 아줌마가 내게 다가왔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 아줌마는 갑자기 내게 쌍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창피한 줄을 몰라!! xxx! xx!"


순간, 누구에게 저런 쌍욕을 하나 싶어 주위를 둘러봤다. 그 주위엔 나와 동생들 뿐이었고 내 교복 치마를 보니 저 아줌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내가 동생들의 엄마라 생각해, 그런 쌍욕을 했을 테지.


억울할 법도 한데, 곁에서 쫑알거리는 동생들을 보며 꾹 참았다. 그리고, 하루 이틀 있는 일도 아니었기에 내성이 생겨 그런 사람들과 마주치면 자리를 옮기곤 했다.


설령 이 조그마한 것들이 정말 내자식이어도 내가 그 사람에게 욕을 먹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녀석들이 정말 내 자식이라면, 그 어려운 결혼과 임신, 출산도 기꺼이 해낼 수 있을 테니, 아줌마가 퍼붓는 쌍욕이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던 동생들은 그 말들이 꽤 아팠나 보다. 벌써 15살이지만, 아직도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나를 다독여준다.


하루는, 한옥마을에 막냇동생들만 데리고 셋이서 데이트한 적이 있다. 사진을 찍어주고, 여러 가지 체험학습도 하게 해 주고, 맛있는 것도 먹여줬다. 하지만 요 두 녀석들은 해봐야 3시간 놀아놓고 진이 빠져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저질체력은 분명 날 닮았다.)


곧장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 달달한 걸 하나씩 입에 물려주니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장님이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어머, 애기들이 너무 귀여워요. 쌍둥이죠?"

"네. 이란성이라 조금 다르게 생겼어요."

"어머어머, 근데 어머님이 너무 동안이셔요."

"엄마 아니에요! 큰누님이에요!!!"

"큰누님이에요!!!"


순하디 순한 둥이들이 귀가 찌릿할 만큼 소리를 질렀고, 나와 사장님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사장님은 곧장 내게 사과를 하며, 서비스 쿠키를 쥐어주기까지 했다. 난 괜찮은데. 그 모습을 보고 자란 동생들이 괜찮지 않았나 보다. 지금도 가끔 데이트를 나가면, 동생들은 여지없이 큰 소리로 또랑또랑하게 외친다.


"감사해요, 큰! 누! 님!"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니, 이런 내게 "자식 낳아봐~ 동생들은 눈에도 안 보일 테니까."라는 말은 참으로 서운한 말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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