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5살 때였다.
그 당시엔 백만 원이 가장 큰 액수라고 생각했었다.
엄마는 30살이 될 때까지 편도선 때문에 고생깨나 하셨었다. 일 년에 2~3번은 응급실에 실려갈 만큼 고생하셨고, 그 어린 나도 기억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셨다.
그날도 엄마는 혼자 시름시름 앓고 계셨다. 행주라 칭하기도 민망한 수건 가닥을 품에 안고, 화장실 차가운 수돗물로 행주를 물고문했다. 자그마한 손이었지만 나름 억센 구석이 있었다.
그렇게 야무지게 물고문을 마친 뒤, 정성스레 엄마 이마에 올렸다. 그 결과 엄마는 누워있다가 물벼락을 맞았다.
회상하면서 덧붙인 말씀으론, '암살당하는 건가..?' 싶으셨다고.
다음날 할머니가 투덜대며 아픈 엄마를 끌고 병원에 다녀오셨다. 링거를 맞고 약을 드시니 안색이 조금은 나아지셨다. 하얗게 질린 가는 손가락이 내 손을 쥐며 금방 울음이라도 터트릴 듯이 날 품에 안아주셨다.
"엄마 아파서 걱정 많이 했지?"
그 아픈 와중에도 엄마는, 내가 엄마를 걱정하는 순간을 걱정하셨다. 그런 엄마를 사랑할 수밖에.
엄마에게 안기며 사랑한다 고백할 때마다, 엄마는 내게 얼마나 사랑하냐 물어보시곤 했다. 그때마다 늘 내 머릿속엔 백만 원 떠올랐고 양팔을 넓게 펼치며 당당하게 외쳤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엄마한테 백만 원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