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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오리 Jan 15. 2024

한 발 두 발 더 거리두기 연습


학원 그만두고 벌써 2주째 지나고 있다. 불안한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초조해졌다. 학원 다닐 때 유지되었던 성적마저 더 떨어질까 불안해졌다. 두 달의 방학 동안 다른 집 아이들은 다음 학기 예습하는데 우리 집 아이는 그런 시간을 낮잠을 자거나, 책을 보거나, 노래를 들으며 흘려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속에서 또 ‘욱’하고 올라온다.

 “방학 시간 한 지 2주째 지나가고 있네. 시간 빠르게 흘러가네” 친구들은 학원 다니며 공부하고 있겠네!!

 한마디 하고 나니 그제야 책상에 앉아 프린트물 쳐다본다. 더 이상 공부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기로 했기에 참아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잘되지 않고 또 잔소리가 살짝 빚어져 나온다.


간섭하면 점수는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지만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아이와 사이가 점점 더 멀어져 가니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공부 안 하고 미루는 습관만 더 나빠질까봐 걱정이 된다.

힘들어하고 하기 싫어하는 아이 보면 엄마 욕심 때문에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가도 빈둥거리고 있는 것 보고 있으면 대학 갈 생각은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몸에서 사리가 수천 개가 생성되는 것 같다. 공부할 의지 없는 아이 붙들어서 더 마음 떠나게 하는 건 아닌가 싶다가도 방학 동안에 좀 더 해야 하는데 놔두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 봐 내려놓으려 해도 잘되지 않는다.


기대도 걱정도 많았던 고1 말이 끝나니 현실이 보이고 객관화돼서 보이니 엄마 눈엔 아쉬운 부분 많아지고 실망도 커졌다. 선배 맘들은 내버려두라고 할 때 되면 한다고 하지만 내 아이는 아닌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내 마음도 왔다 갔다 한다.


이이러니 하게도 아이에게 마음을 쓰면 쓸수록 관계는 더 나빠지고 문제는 더 생기는 것 같다. 한발 두발 더 떨어지는 거리두기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신호라고 생각하고 성인이 될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역할 변화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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