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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오리 Jan 08. 2024

부정적 감정의 언어들

습관이 되어버렸다.

학년이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기다리고 기다려온 성적표가 드디어 내 손안에 들어오는 날이기도 하다. 

“성적표 가져와야지” 학원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아들을 잡아 세우고 손을 내민다.

기대하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욕심의 감정을 가지고 성적표를 펼쳐 든다.

욕심의 감정이 성적표를 본 순간 화 의 감정이 한편으로는 걱정의 감정이 밀려 올라온다.

아이가 빨리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다녀왔습니다.” 말하기 무섭게 앉혀 놓고 분노의 언어를 딱딱한 감정으로 뱉터낸다

아이는 가만히 앉아 듣고만 있다. 엄마의 화가 사르려 들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말대꾸는 자기 논리라고 하는데 그 짧은 말조차도 하지 않는다.

내 감정의 표현들이 습관적으로 부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점점 더 말수가 줄어들어 갔다. 아이가 얼마나 상처받고 있는지를 알면서도 무너뜨리는 말들이 분노에 휩싸여서 부정적 언어들이 내 속에서 참지 못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감정으로 뱉어낸다.

아이에게 미소 짓고 어루만지고 따뜻한 말을 건네고, 귀 기울여 들어줘야 했는데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지 않고 부정적 감정을 표현했다.

아이들은 말을 의미를이해하기 전에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런 감정들을 아이가 그대로 받아들여 부정적 습관이 되어 버릴까 봐 무섭다.

공부의 양은 점점 많아지고, 학습난이도는 더 높아졌는데 힘들고 어려운 공부하는 아이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줘도 부족할 텐데 점수라는 숫자 늪에 빠져나올 수가 없다.


내려놓으라는 남편의 그 말에 울컥했다. 그 동안의 노력의 시간이 화가 되기도, 후회가 되기도 하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의 여러 버튼을 눌러버린 듯 무너져내려 눈물이 쏟아져 버렸다.



말과 말 사이 훼손되지 않는 감정의 언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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