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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건축 놀잍ㅓ Sep 06. 2021

건축의 비건축


Be, Opposite


“당신은 산타를 믿습니까?”

산타가 정말로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것은 여기서 논의 대상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판타지를 믿는가? 혹은 꿈이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묻는 말이다. 우리의 삶과 사회에는 판타지를 꿈꾸는 것보다, 기능적이고 생산적인 질문 혹은 대답을 강요한다. 그리고 곧잘 삶의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곤 한다. 산타의 존재를 믿으면서 살아간다고 해서 잘못된 삶을 사는 것도 아닌데 다른 것은 곧 잘못된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판타지를 권장하지 않는 사회는 곧 도시와 건축의 모습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기능적인 반복과 단순한 적층의 공간 속에서 경제적인 논리만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것이 한국의 도시과 건축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이러한 곳에서 아무런 상상력이 발현되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일상의 거부

건축가 정기용에 따르면, “건축가의 사회참여의 방식은 바로 일상의 반복을 거부하는 것이다.   도시와 건축의 혁명은 혹은 진정한 변화는 ‘일상적인 것’들을 아주 작은 부분에서 거부하거나 뒤집는 일이다. 어느 날 모든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도시를 점유할 때, 길 건너는 것을 중지하거나 거실에서 텔레비전은 보는 것을 중단할 때처럼 가장 일상적인 것에서 거부하는 것으로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꿈꿀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일상의 반복을 거부하는 것으로 우리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관습적인 반복은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 모든 공간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축은 일상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치열하고 졸렬한 삶 속에서 부딪히는 조그마하고 사소한 것들로 오염되고 순수함은 엷어져 갈지라도 우리는 반듯이 답해야만 한다.  이것은 우리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일탈

예술이 일상을 탈피하여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을 부여하는 것이라면, 건축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일상 속에서 일탈을 부여하는 것이다. 평범함은 재구성될 때 특별한 것으로 변화한다. 일상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파괴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보자. 우리의 삶과 큰 괴리가 없는 지점에서 모든 사람들이 아는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비일상의 경험을 구체화하고 그것을 반복 가능한 경험이 되도록 건축안으로 붙잡는 것이다.  

be, opposite.

우리는 도시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속에서 숨겨진 작은 판타지의 조각들을 찾는다. 그 일탈의 순간을 반복적 경험이 가능한 실체적 공간으로 가져와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공간 속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건축적  지향점이다. 바로 비건축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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