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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건축 놀잍ㅓ Sep 07. 2021

지하철, 제4의 영역

일상의 공간 비일상적 경험의 순간

서울은 크게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강남, 강북, 한강 그리고 지하세계인 지하철의 영역이다. 대중교통수단으로써 이 지하공간은 서울이 돼 서울은 아닌 묘한 곳이며, 다양한 군상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방송으로 불러주는 지역의 이름만으로 그 장소는 규정된다. 지상의 그곳과 관계 맺지 않고 그저 지하철 역으로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서울대역 앞이라는 지하철 2호선은 서울역 앞과는 별개의 다른 공간이다. 강남역과 강남역 거리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곳은 흡사 우리의 일상 속에 잘 숨겨져 있는 비일상의 환상이 스며드는 곳이다. 무엇인가 빠르게 이동되는 것에 몸을 맡기고 이동하고 불러주는 이름에 따라 나는 내리고 나면 다른 세계에서 나만 홀로 여행 중인 사람처럼 불안하다. 내 몸의 속도는 빠르게 이동하는데 나는 열차가 어디로 가는지 사실은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이동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곳의 이름이 강남역이 아니라면, 지하철의 모든 역사가 동일하다면 나는 무엇으로 그 차이를 알 수 있을까?


내가 도시를 이동할 때 버스를 선호하는 것은 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전달하는 기운 탓에 금방 지치고 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지의 공간 속에서 극도로 불안해한다. 나에 의해 규정되지 않은

도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체력을 소비하던가?


속도에 따른 도시 풍경의 변화는 건축의 외관과 그 건물로의 접근방식을 변화시켰다. 움직이는 탈것에서 보이는 풍경을 보며 나는 안도감을 느끼고 때론 깊은 생각에 잠긴다. 비가 오는구나. 누군가가 걷고 있구나,  느린 속도에 풍경이 변화하면서 알게 된 종로에서 강남으로 여정이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그저 이곳과 저곳으로 순간적인 변화를 겪으며 우리의 경험은 그렇게 접히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서 오늘도 우린 몸을 비비고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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