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공간 비일상적 경험의 순간
일요일 아침은 언제나 늦잠과 함께 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아침 겸 점심을 먹을 때면 어김없이 TV에선 전국 노래자랑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부모님은 텔레비전을 통하여 나마 축제의 일부가 되고자 했다. 그 축제의 장소는 시장의 한편, 넓은 공터에서 열렸다. 평소에는 빈 공터나, 주차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될 이곳에 임시용 천막을 설치하고 무대를 설치하면 작은 공연장이 되는 것이 나에게 무척이나 신기한 것이었다.
축제는 임시적 건축을 허용하는 합법적 기회이다. 우리는 이 축제의 건축을 통하여 같은 장소라도 다른 경험을 이끌어내는 일탈을 가능하게 한다. 초라한 천막의 건축이 만드는 이 일상 비틀기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정규 건축 공간이 줄 수 없는 변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대부분의 행사가 거대한 쿱의 지붕 아래서 이루어지지만 그들이 간과하고 잃어버린 진정한 영화제의 힘은 바로 구도심 내의 잡종 건축과 도시에 있는 수많은 도시 주방이 생성하는 거대한 에너지에 있다. 이 원시적인 힘을 우리는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작은 에너지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폭풍과도 같은 것을 우리는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재현해낼 수 있을까? 해답은 아마도 우리의 일상적 공간인 시장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살던 동네에도 하천을 따라 길게 들어선 시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장을 가로지르는 철길 위에서 앉아 하천이 흐르는 소리와 시장의 분주함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며칠 전 우연히 들른 그 철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재래시장은 작은 축제와도 같구나, 쇼핑몰과 전통시장의 근본적 차이는 축제와 산책의 차이인 것이다. 현대사회는 축제를 통해 내적 열망을 분출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래서 도시의 커뮤니티 공간은 축제에서 산책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의 일상적 재화 구매 공간인 시장과 쇼핑몰의 지위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축제의 건축은 파라솔의 펼침과 접힘, 건축물에 부착된 각종 B급 장치를 이용한 확장 그리고 이동하는 주방인 포장마차의 전개 이 세 가지로 생성된다. 축제의 시작은 이 천막의 펼침에서 시작되고 닫힘에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