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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건축 놀잍ㅓ Oct 22. 2021

카페, 무한한 시간과 유한한 공간

일상의 공간 비일상적 경험의 순간


나는 그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야 할 때나, 친구를 만나야 하거나 , 책을 읽어야 하거나 혹은 작업을 해야 할 때 카페를 간다. 카페에는 항상 적당한 온도와 앉을 장소와 음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커피도 준다.

테이블 하나를 점유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커피를 보면서 나는 초조해진다. 친구는 아직 오직 안았거나, 아직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커피를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카페라는 공간을 향유한다.  커피맛은 중요하지 않다. 카페는 공간을 대여해주는 업종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기 위하여 커피를 사고 공간을 제공받는 곳이다. 사람을 만나거나,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커피는 이곳에서 지낼 수 있는 유효한 시간 토큰과도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다방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모던하게 커피숍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카페라는 이름으로 변화하며, 제공받는 음료가 변해왔고, 그 장식과 레이아웃은 변해왔지만 이곳의 목적이 사실 장소를 빌리는 것은 변화하지 않았다.


이는 나의 기억 속에서도 유효하다. 중학교 친구들과의 주말 약속 장소는 종종 커피숍이었다. 2-3시간을 4000원짜리 파르페 하나로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었기 때문이다. 철산역 상업지구에서 그녀를 기다릴 때도 나는 커피숍에 있었다. 맛도 모르면서 베트남식의 강배전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죽치고 있었다. 신입사원 시설 만나던 그녀와의 데이트의 종착은 항상 적당하게 시간을 때우면서 시답잖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강남역 뒷골목의 커피숍이었으며, 주말에는 양재천의 카페였다. 내가 상하이로 넘어오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작업한 곳은 양재 시민의 숲 뒷길 카페였고, 한국에 들어가서 친구를 만난 장소도 조용한 로스터 기계가 있는 카페였다.


유한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을 제공하는 장소 대여업은 일상의 반복 지속되면,  비일상적인 일탈을 추구한다. 때문에 이 거리의 카페는 나날이 더 파격적이고 과격한 제스처로 사람들을 모집한다. 새로운 경험과 비일상적인 공간 사용과 풍경들로 사진을 찍기 좋은 카페들이 점점 많아지고 이제는 무한하게 제공받던 공간마저 사람들에 치여 머무를 수 없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즉흥적인 변주는 짧은 시간 유효하지만 편안함을 주지는 못한다.


다양한 카페는 많아지고 있지만 머무를 장소는 사라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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