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 건축 놀잍ㅓ Nov 17. 2021

다락,  원더랜드

일상의 공간 비일상적 경험의 순간


내가 어린 시절에 살던 집은 기역자 형태의 진입 마당과 박공 형태의 방하나가 전부인 곳이었다. 또한 집 앞으로 작은 상가가 두 개 달려있어. 모든 것에 둘러싸인 답답한 공간이었다. 내가 살았던 이 동네의 거의 모든 집들은 거의 다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이 집의 숨겨진 공간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어른은 허리도 피기 쉽지 않아 창고로 사용하는 부엌 위의 다락방이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그곳을 깔끔히 정리하고선 나와 누나가 공부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꾸며주었다.


다락에 올라가서 조그만 창 사이로 보이던 풍경을 나를 묘하게 흥분시켰다. 내가 살던 동네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기 때문에 우리 집 바로 뒷집을 갈려면 다른 골목으로 통해서야 접근할 수 있는데, 그 다락에서는 그 뒷집의 마당이 보였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웃의 풍경은 매우 낯설었다.


이곳은 흡사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앨리스의 구멍 같은  느낌을 주었다. 다른 스케일의 공간감과 창 너머로 보이는 다른 풍경들, 그리고 미묘하게 다른 냄새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는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라는 수평적 구조에서 살아가는 이 시점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다락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상상과 공상을 꿈꾸는 원더랜드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페, 무한한 시간과 유한한 공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